메뉴

조각가 정현 “견딤과 인고의 폐대들보에서 아름다움 발견”

 

 

서원을 떠받치고 있던 300여 년 된 7m 길이의 육중한 소나무가 전시장 한가운데 누워있다. 단청이 벗겨지고 흰개미가 온통 제 살을 갉아먹은 대들보는 수명이 다해 ‘폐량1’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함양의 한 목공소로 흘러 들어왔다.
 조각가 정현은 더 이상 제기능을 할 수 없게 돼 폐기된 이 대들보를 목공소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조각품으로 소생시켰다. 마치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수도자처럼, 육지로 올라와 숨을 거두는 거대한 한 마리의 고래를 보듯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작가는 좀이 먹은 구멍마다 철사를 꽂아보기도 하고 낚싯줄을 넣어보기도 했지만 대들보 자체를 그대로 둔 채 버려진 철도침목을 그 위에 세웠다. 낡고 좀먹고 부스러졌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단청에서는 보기 드문 항아리, 구름 같은 모양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정현 작가는 20년 가까이 폐침목과 같이 현대 사회에서 버려진 물질들을 재료로 해 ‘인간’에 대해, 견딤과 인고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폐자재이지만 긴 세월 동안의 겪음이 잘 담겨 있다. 소멸되기 직전이지만 그 속에서 힘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가가 살던 동네의 한옥과 초가집들이 철거되면서 굴착기에 찢기고 부러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목재들도 전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작가는 철거 과정에서 나온 목재들에 먹물을 바르고 성처럼 쌓아올려 새로운 구조물을 만들어냈다.
 2016년 프랑스에서 선보인 정 작가의 대표작인 거대한 <서 있는 사람>을 연상시키는 침목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거대한 입상의 피부는 셀 수 없이 지나간 기차와 세월의 흔적이 흉터처럼 새겨져 있다. 
 작가는 2006년 올해의 작가상, 김세중 조각상, 우현예술상 등을 수상하는 등 한국 조각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6년 파리 생 클루 국립공원 등에서 대규모 전시를 연 후 국내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다.
 설치 작업 4점, 대형 드로잉 3점 등 9점의 신작 등 총 22점이 전시 중이며 전시는 금호미술관에서 5월 22일까지 이어진다.
기사=윤진희

 


사회

더보기
중 식품체인업체 회장의 "소비자 교육" 발언에 네티즌 발끈, "누가 교육 받는지 보자."
“소비자를 성숙하게 교육해야 한다.” 중국의 전국 과일 판매체인을 운영하는 ‘백과원’의 회장 발언이 중국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백과원 체인점의 과일들이 “비싸다. 월 2만 위안 월급을 받아도 사먹기 힘들다”는 소비자 반응이 나오자, 회장에 이에 대응해서 “고품질 과일을 경험하지 못해서 무조건 싼 과일을 찾는 것”이라며 “우리는 소비자 교육을 통해 성숙된 소비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에 흥분하며, “우리에게 비싼 과일을 사도록 교육시키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하며 “정말 누가 교육을 받는지 두고 보자”고 반응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미 불매 운동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매체들은 ‘소비자 교육’이라는 단어는 업계 전문 용어여서 이 같은 용어에 익숙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듣기 불편해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상업 분야에서의 “소비자 교육”이란 원래 감정적인 뜻이 아니라, 브랜드 구축·품목 관리·서비스 경험 등을 통해 소비자가 품질 차이와 가치 논리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 백과원측은 회장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자, 바로 대응해 “해당 짧은

문화

더보기
중국 '가오카오 소비' 새로운 소비 트랜드로 자리 잡아
"'가오카오 소비'를 잡아라!" 중국판 대입고사인 '가오카오'가 중국 유통업계의 새로운 소비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 전체 소비액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돼고 있다. 시험이 끝나고 백만이 넘는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며 억눌린 감정을 소비로 해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모 입장에서 고생한 자녀들을 위한 다양한 소비를 지원하고 나서면서 중국에서는 '가오카오 소비'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상인이나 유통회사들은 물론, 당국도 이를 지목하고 더 많은 다양한 소비를 만들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소비 촉진 이벤트를 만들어 가오카오 소비가 더욱 건전한 방향으로 국가 경제에 이득이 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CMG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올 2025년 중국 대학 입학시험이 막을 내리면서,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한 ‘청춘 소비’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졸업 여행부터 전자기기 구매, 자격증 취득과 자기 관리까지, 대학입시 이후의 ‘보상 소비’와 ‘계획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소비형태는 여행부터 전자제품, 자기 계발까지 다양하다. 말 그대로 수험생들이 "이제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