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시대'의 비밀이 열린다."
오는 10월 16일 개막하는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에서 나오는 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년 전 집권하자마자 ‘신시대’란 용어를 사용했다.
당시 모두가 이 용어는 신정권 출범과 맞물린 구호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본래 시진핑 정권의 거대한 야망이 숨겨져 있었다는 분석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덩샤오핑 집권 이래 국가주석의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하며 권력의 선양(禪讓)을 제도화해왔다.
마오쩌둥의 장기 집권으로 인한 폐해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이래 이 같은 선양의 제도는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지난 2018년 헌법에 규정된 국가 주석 3연임 제한을 폐지하면서 시 주석 3연임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이제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누구도 시 주석의 3연임을 의심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누구도 역사 앞에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중국 정치 상황을 지켜본 많은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럼 남은 문제는 ‘시 정권은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권력을 쥐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여기서 ‘신시대’라는 말이 철저한 계획에 의해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시진핑의 30년 집권이 열린다
시대, 흔히 한 시대를 30년으로 본다.
중국 현대사는 지금까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생각돼 왔다. 마오쩌둥의 30년, 그리고 개혁개방의 시대가 그것이다.
문화대혁명 10년은 마오쩌둥의 말년을 피로 점철시킨 사건이었다.
개혁개방은 이 같은 마오쩌둥의 잘못을 덩샤오핑이 바로 잡으면서 기틀이 마련됐다. 덩샤오핑은 은둔의 지도자였다.
그는 국가주석을 한번 맡지도 않고 중국을 다스렸다. 집단지도체제를 완성했고, 권력의 선양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비판도 많다. 덩샤오핑 역시 개혁개방 과정에서 갑자기 불어난 ‘자유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서 ‘6·4 천안문 사태’를 일으켰고, 중국판 삼청교육대 사건인 초법적인 범죄와의 전쟁을 약 10년간 펼쳐 수많은 인권 탄압의 문제를 낳았다.
더욱 비판받는 부분은 덩샤오핑이 주도적으로 결정한 것이 없어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잘한 일은 덩샤오핑 동지가 했고, 못한 일은 모두가 같이 결정했다”는 말이 나오도록 했다.
덩샤오핑을 철저히 이어간 것은 장쩌민 정권이었다. 시진핑 정권 직전 후진타오 주석 시절까지 장쩌민 전 주석의 역할은 막대했다.
그는 국가주석도 역임했지만, 선양 후에는 덩샤오핑을 쫓아 ‘막후의 지도자’로서 역할을 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래 ‘신시대’라는 말로 “이제는 과거와 다르다”고 천명해왔다. 우선 다른 게 중국 본연의 실력이요, 그 중국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다.
과거 덩샤오핑은 세계를 ‘평화의 시대’로 규정하고 이 시기를 ‘도광양회’, 즉 숨어서 실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시기로 봤다. 세계는 이미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니, 중국은 국제 문제보다 내정에 힘써 새로운 부를 쌓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과감한 실천도 뒤를 이었다. ‘목숨을 걸고 먼저 부(富)의 강을 건너라’는 선부론을 펼치며 개혁개방의 전도사들을 중국 전역에 퍼뜨렸다. 이 전도사들은 대부분 성공했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신을 싹틔웠다.
하지만 시진핑은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시진핑이 본 것은 중국의 실력이다. 이제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럼 기왕 그런 것이니 이제 드러내놓고 하자는 것이다. 외교 방침도 달라졌다. 그동안 모든 것을 양보했지만, 이제는 중국도 주장할 것은 주장하겠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바뀌었다.
내정도 이제 개혁개방의 ‘심수’(深水)지역에 왔다고 천명했다. 이제 과거 덩샤오핑이 주장했듯 ‘발끝으로 강바닥 돌을 찾아 조심스럽게 강을 건너자’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음을 공식 천명한 것이다.
그리고 나온 것이 ‘일대일로’ 정책이다. 일단 유럽과 새로운 교역로를 개척한다는 것이다. 중국 주도로 북방,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엮는 새로운 지역 경제체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 정권 초기 이 계획은 섣부른 야망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시 정권 10년 ‘일대일로’는 미국을 위협하는 가장 강렬한 경제, 외교 정책으로 지목되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신시대’라는 구호는 경제, 외교적 중국의 변호를 보여주는 외침이라 생각됐다.
하지만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나오면서 이 ‘신시대’라는 용어가 중국, 특히 시 정권의 미래를 보여주는 용어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한 시대는 흔히 30년이다.
적지 않은 학자들은 “시 정권의 시대가 바로 ‘신시대’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시 말해 20차 당대회는 시 정권의 30년 기반을 여는 대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오쩌둥의 30년, 개혁개방 덩샤오핑의 30년에 이어 시진핑의 30년이 새롭게 규정되고 열린다는 것이다. 그 10년은 이미 지난 셈이다.
20차 당대회에서 후계자 선정은 있을 것인가?
그럼 남은 포인트는 시 주석의 3연임은 어떻게 확정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의 선양의 제도를 이어가고 있다. 후계자 후보군을 내세우고 그 가운데 한 명이 자연스럽게 정권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선양의 기틀을 다진 덩샤오핑도, 그 뒤를 이은 장쩌민도 모두 선향 직후 막후의 지도자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국가주석의 자리는 엄중한 의무와 막대한 권한이 따랐다.
특히 당내 주요 계파들이 번갈아가며 최고 권력의 후보자들을 만들도록 해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억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내부 사정은 아직 그들외 누구도 잘 모르지만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 이 같은 선양의 제도는 그 나름 지금까지 ‘잘 돌아갔다’.
그러던 것이 5년 전 19차 당대회에서 시 정권이 후계자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최소 5년간 주요 보직에서 차기 정권을 이어갈 후보자가 있어야 했는데, 후보자를 내세우지 않은 것이다.
즉 이번 시 주석이 -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 실각이라도 하면, 중국 권력은 공백이 생긴다. 계파간 치열한 군력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20차 당대회에서는 차기 정권의 주인공이 내정될 것인가? 바로 이점이 향후 3연임의 시진핑 정권이 어떻게 집권할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럼 만약 후계자 선정이 이뤄진다면, 과연 누가 후계자 후보군에 있는가. 이번 20차 당대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