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禮)란 많은 한자처럼
단순하기만 한 것을
사람들이 괜히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예가 무엇이냐?
질문에
누구도 한 마디로
답을 하지 못하는 데
본래 단순했던 걸
원래 쉽기만 했던 걸
아는 척 하는 이들이
복잡하게 만든 탓이다.
예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순서다. 순서를 알고 지키는 것이다.
한자 예(禮)의 발전을
알면,
무슨 말인지 안다.
갑골자에서 예(禮)는
본래 풍(豊)이다.
그 풍(豊)에
제사를 의미하는 시(示)가
붙어서
예(禮)가 됐다.
오늘까지도 풍(豊)에는
예의 발음이
남아 있다.
풍(豊)은 그릇에 담긴
곡식과 과일이다.
예가 그릇에 담긴
곡식과 과일인 셈이다.
감사의 제(祭)를
지내는 마음으로
내놓은
음식 한 상이
바로
예(禮)인 것이다.
그 음식과
음식을 내놓으려
마련된 자리에
손님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손님이 음식을 들고
자리를 나서는 순간까지의
모든 일의 순서가
바로 예(禮)다.
예란
결국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순서인 것이다.
대접, 접대의 어려움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접대는 본래
받기보다 하기가
더 힘든 법이다.
과(寡)하면 상대방이
불쾌하고
과(過)하면 내가
손해다.
순서를 정하고
그에 맞춰 하면
가장 적당한 접대가 된다.
손님은 손님의 자리에
주인은 주인의 자리에
사장은 사장의 자리에
일꾼은 일꾼의 자리에
각자의 자리에 앉는 게 예다.
객을 먼저 앉도록
하고
주인이 앉으며
사장이 먼저 앉고
일꾼이 앉으며
좋은 것은
윗사람이 먼저,
불편한 것은
아랫사람이 먼저
하는 게 순서다.
회사 일의 결재를
바로 과장에게 보고하고
과장이 부장에게 보고하며
부장이 임원에게,
임원이 대표에게
보고하는 게 순서다.
예란 이런 순서를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예를 어기면
일이 불편해지고
사람과 사람 간
관계가 불편해진다.
예는 일의 순서요,
관계의 순서요,
문화 마디의 순서다.
그래서 동양 문화를
‘절도(節度)의 문화’라 한다.
절도가 마디요,
마디의 크기다.
문화의 한 건 한 건,
매 건마다
마디가 있고
그 마디와
마디가 이어져
하나의 일, 문화를
만들어간다.
사실
그 일이 무엇이든 그렇다.
그 마디들이
이어가는 순서,
그 순서를 지키는 게 바로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