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이 4일 개막했다.
5일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포럼 참석 아프리카 정상 20명과 개별 회담 소식을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아프리카 정상들과 한 방에서 만나는 것은 6년만에 처음이다.
미중 갈등 속에 미국과 서방 구도에 맞서 대안 세력 구축에 힘쓰고 있는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이번 포럼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서구 매체들 역시 오는 6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포럼 성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 주석은 3일 환영 만찬에서 축배를 들면서 '아프리카 친구들'과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인프라, 교육 및 기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내 철도망 건설 등 기존 성과를 내세우며 보다 긴밀한 경제 협력에 나설 계획이지만, 미국과 유럽 매체들은 “이미 아프리카 각국이 중국의 부채의 덫에 빠진 상황”이라며 “이미 일정 목표를 달성한 중국 역시 더 이상의 채무 불이행의 리스크를 안고 가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약속과 달리 중국과 아프리카 경제협력이 더 이상의 추가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5년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고, 2018년에 이 약속을 재확인했지만 아프리카 경제가 원자재 가격 하락과 팬데믹의 영향을 받으면서 중국의 금융 지원은 줄었다.
지난해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46억1000만 달러의 대출을 승인하면서 7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2016년의 최고치에는 훨씬 못 미친다.
무엇보다 올 들어 중국 스스로가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서면인터뷰에서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정치학과 부교수 좡자잉(Zhuang Jiaying)는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부족의 원인 중 하나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낮은 수익률과 높은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리카에 대한 대출기관으로서의 중국의 역할과 중국의 경제 둔화로 인해 투자에 대한 입장이 신중하게 바뀌었다”고 밝혔다.
좡 교수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환 문제에 직면했고, 채권자들은 돈을 잃고 싶지 않아 한다”며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국이 합리적 채권자로서 차입규모 조절과 함께 저당 잡힌 자원이나 상품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잠비아는 전체 대외 채무의 20%를 중국에 빚지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상황도 비슷하지만 이들 아프리카 국가 채무 구조조정은 진행이 더딘 상태다.
가장 좋은 것은 아프리카 각국의 경제상황이 나아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프리카 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비전 실현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당장 아프리카 국가들은 도로, 철도, 교량과 같은 인프라의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자금이다. 예컨대 케냐의 현대식 철도와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와 두알라를 연결하는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도로 프로젝트와 같은 많은 인프라 프로젝트가 자금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채무 규모를 늘리기 힘든 중국은 무역 규모를 늘려, 아프리카 국가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에서 올해인 2024년 말까지 아프리카로부터의 수입을 3,0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7월 중국 외교부는 총 수입액이 3059억 달러에 달해 목표치를 예정보다 앞당겨 달성했다. 그러나 수입은 주로 광물 자원 분야에 집중돼 있다.
중국은 보츠와나,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에서 구리, 코발트, 리튬을 포함한 원자재를 조달하고 무역을 촉진하는 데 여전히 열심이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중국과 아프리카는 버섯 재배, 바이오가스 촉진, 온실 재배 촉진 등에 중국 기술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입을 모아 중국은 "아프리카의 독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아프리카가 빈곤 퇴치를 가속화할 수 있도록 돕기를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중국 관영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10,000km 이상의 철도, 약 100,000km의 고속도로, 약 1,000개의 교량과 100개의 항구, 66,000km의 송배선을 건설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 150,000km에 달하는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매체들은 이제 더 이상 인프라 수치에 초점을 맞추던 지원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이미 과거 미국의 실패 사례가 있다.
중국 역시 이미 아프리카 각국에 대한 대출 관행을 바꾸고 있다. 부채가 많은 경제를 우회하고 아프리카의 다자간 은행과 제휴하여 대출을 제공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승인된 13건의 중국 차관 중 2건은 아프리카 수출입은행에 대한 것이었다.
또 직접 대출 역시 자원 모기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앙골라의 사례다. 이는 우간다와 같은 일부 국가들이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고통을 겪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거부하는 행태다.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 국채 대출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포럼에서 드러나듯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은 어떤 형태로든 이어질 것이라는 게 미국, 유럽 등의 분석이다.
경제적 목적보다 정치적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 주도하의 중국 외교 정책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재편하여 중국의 필요와 우선순위를 보다 중앙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다른 가난한 국가들이 중국의 규칙을 수용하고 유엔의 지원을 받는 기구를 포함한 국제기구에서 동맹으로 행동해야 한다.
시진핑 사상은 2022년부터 집권당 헌법에 명시됐으며, 중국 공산당은 이를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개혁'이라고 표현한다.
아프리카 대륙은 시 주석의 비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유엔에서 중국을 열렬히 지지해 왔으며, 중국인을 여러 유엔 기구의 고위직에 선출하고, 대만을 배제하면서 인권 규칙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지지해왔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23 년 여론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나이지리아, 케냐 및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높은 국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아프리카 각국의 협력은 서로의 이익이 부합해야 가능한 일이다. 중국 내부의 경제 압박이 높아지고, 아프리카 각국의 경제는 반등의 조짐이 요원하다. 이미 정치적 압박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공공-민간 파트너십 모델은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선택하는 새로운 투자 수단이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아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중국 아프리카 포럼에서 중국 당국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바꾸고 싶어할 것이다. 중국의 규범과 우선순위를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글로벌 안보 구상(GSI)은 지난 다카르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행동 계획에 포함됐다.
중국과 아프리카는 과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인가? 이번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