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 습(襲)
정말 귀한 것은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 귀한 것을
귀하게 쓸 수 있다.
귀한 것을
함부로
드러내서는
지키기도
힘들뿐이다.
노자의 생각이다.
꼭 필요할 때
내놓는 게
귀한 것을 귀하게 쓰는 방법이다.
사물도 그렇지만,
사람의 지혜가
특히 그렇다.
정말 좋은 지혜는
꼭 필요할 때 내놓는 것이다.
흔히 지혜로운 이를
‘현명(賢明)하다’ 한다.
말 그대로
지혜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현명해도
꼭 필요할 때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지혜가
아무리 많은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진정한 지혜는
평소 지혜로운 게 아니라
꼭 필요할 때
제시되는 지혜다.
노자는 그런 지혜를
‘습명’(襲明)이라 했다.
현명에
상대하는 게
바로
습명이다.
평소 감추고 있지만,
꼭 필요할 때
드러내고 쓰이는 지혜다.
쓰여진 습(襲)자의
본의를 알면
이해가 쉽다.
갑골자 습자는
사람 이 팔 뒤로
무기를 감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무기를 감췄다가
필요할 때
내려치는 게 바로 습(襲)이다.
갑골자 습에는
숨어서 공격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에 앞서 있는 게
쓸 무기를 감추고 있다는 뜻도 있다.
용(龍)아래 옷 의(衣)는
갑골자 모양이
이어지다 보니 만들어진
글자다.
굳이 비교하면
옷 속에 감춰진
용이라는 의미로 연관지을 수 있겠다.
습명은 평소에
감춰져 있지만,
필요할 드러나는
무기, 지혜다.
“현명하기를 버리고, 습명하라.”
“바보 되기가 힘들다”는 중국 격언이 여기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