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기업주에 속는 건 그의 말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가진 재산, 휘황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고 희한한 게 너무 뻔한 일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속는다는 것이다. 마치 속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처럼 엉뚱한 사람의 말을 그대로 듣고, 그대로 따른다.
사실 그 말이 맞다. 속기로 마음먹은 탓이다. 모두가 나쁜 사람이라고 욕을 해도 믿고 따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가 가진 재산, 배경의 휘황함에 취한 탓이다.
옛날 악덕 자린고비가 있었다. 먼 길을 가는 준비를 하며 잔뜩 배부르게 식사를 했다. 남은 음식을 노비에게 주는 데 반만 그 것도 아까워 반만 먹도록 했다.
노비가 울며 사정했다. “아니 먼 길을 가는 데 배가 고프면 어떻게 마차를 끌겠습니까. 좀만 더 먹게 해주세요.”
악덕 자린고비가 나무 쇄기와 밧줄을 주면서 말했다. “아 걱정 말게.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배고플 일이 없네.”
결국 그렇게 노비는 고픈 배를 안고 길을 나서야 했다. 악덕 자린고비가 말했다. “그런데 자네 길을 가다 배고프면 ‘배고프다’하지 말고, ‘배가 아프다’하게.”
노비가 “왜 그러시냐? 물었다. 자린고비가 말하길: “아 다른 게 아니라, 그래도 내가 체면이란 게 있는데, 노비를 굶긴다고 남들이 생각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노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재촉했다.
한참을 걷던 노비가 마침내 말했다. “아 제가 배가 좀 아픕니다.”
그러자 자린고비가 말했다. “아 그럼 일단 이 줄로 배를 꽉 묶어보세. 배가 졸리면 아픈 게 덜할 것이니.” 배를 밧줄로 묶은 노비가 다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졸린 배도 다시 고프기 시작했다. “아 배가 다시 아픕니다.”
자린고비는 이번에 나무 쇄기를 꺼내 말했다. “이 쇄기를 넣고 다시 밧줄을 묶어 보게.” 너무 배가 없어 쇄기로 부족하자, 자린고비가 길가의 돌덩이를 들고 같이 묶어줘야 했다.
그렇게 길을 가던 노비가 도저히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 주인어른, 배가 너무 아프네요.”
그러자 이번엔 자린고비가 화를 냈다. 묶인 줄을 풀더니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인가. 매일 처먹기만 하고 결국 일은 못하고. 당장 나가게. 남은 길은 나 혼자 가지. 그리고 우리 집이 이렇게 부자인데, 내가 노비 하나 다시 못 구할 듯 싶은가?”
노비는 그렇게 해고를 당했다. 황당해 했지만 노비 사정을 알 길이 없는 길 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노비를 욕하고 있었다.
당하기만 노비가 불쌍하지만,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부자의 자린고비의 가진 것들에 현혹됐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화려한 것은 독을 품는다. 바로 자연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