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나’를 둘 때
비로소 우린 숨을 쉰다.
마음 심(心)은 그릇이다.
무엇을 담느냐가 그릇의 용도를 결정한다.
마음은 텃밭이다.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난다.
마음은 그릇이다.
물을 담으면
물그릇이 되고
밥을 담으면
밥그릇이 된다.
밥그릇에 밥만 담는 법이 있냐고?
없다고 밥그릇에
물을 담으면
그건 이미 밥그릇이 아니다.
밥그릇이
물그릇이 된 것이다.
마음이란 게 그렇다.
미움을 담으면
미움그릇이 되고
사랑을 담으면
사랑그릇이 된다.
한자 마음 심(心)은 그렇게
단순한 생각을 담고 있다.
처음 누군가,
저렇게 복잡한 마음을 담은
심장이 궁금했으리라.
그래서
처음 누군가
실제로 사람의 심장을 꺼내
살펴보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심장의 심(心)이
그렇게 정확하게
심장 형태를 담지 못했을 터다.
갑골자 심(心)을 보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안다.
한자 심(心)는 그렇게 즉물(卽物)적이다.
다른 뜻이 없는 때문이다.
그래서
한자 심은 어떤 한자와 형성(形聲), 형의(形儀)를 이루는가가 중요하다.
밥이나 물이라면
그나마 좋지만
쓰레기를 담으면
그릇은 더 이상
그릇이 아니다.
쓰레기통이 된다.
향수를 만지면
몸에 향기가 나지만
오물을 만지면
몸에 악취가 난다.
마음에 무엇을 담느냐,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
이 모든게
우리의 마음을 규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럼 마음에는 무엇을 두어야 할까?
아마도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자(自)가 아닌가 싶다.
마음에서 자신을 둘 때
휴식의 식(息)이 된다.
식은 ‘숨 쉰다’는 뜻이다.
내 마음에 ‘나’를 둘 때
우리는 비로소 숨을 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