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필요 없는 걸 줘서 남을 기쁘게 한다. 이것만큼 좋은 관계경영의 좋은 전략이 없다. 뭐 언제나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체로 이렇게 좋은 전략을 구사할 조건이 마뜩치 않은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내게 필요 없는 경우는 남에게도 필요 없는 경우가 많은 때문이다. 자신이 없다고 남에게 필요없는 걸 주면 최악의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흔히 쓰임이 다한 것을 ‘쓰레기’라고 하는데, 이 쓰레기를 스스로 치워야 하는 것인데, 그 것을 남에게 주면 청소의 부담을 떠넘기는 게 되기 때문이다.
옛날 한 자린고비가 이런 실수를 했다.
설을 맞아 한 자리고비가 평소 신세를 진 이웃집 선비를 찾아 인사를 했다. 자린고비는 빈손으로 가기 뭐하다며 화려한 장식이 된 달력을 선물로 가지고 길을 나섰다.
달력은 고급스러운 재질의 종이로 만들어져 있었고, 유명 화가의 그림이 장식된 것이었다. 문제는 지난 1년간 이 자린고비 서재에 걸려있었다는 점이다.
간단히 철이 지난 달력이었다.
길을 나서는 데 자린고비의 종복이 이를 이상히 여겨 물었다.
“어르신, 들고 가시는 달력은 고급이긴 한데, 이미 지난해 것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입니다. 그걸 선물하시면 안되지 않을까요?”
그러자 자린고비가 버럭 화를 내며 답했다.
“아니 그렇게 쓸모없는 것을 집에 놔주자는 말인가? 이 참에 남에게 선물하면 얼마나 좋은가!”
황당한 노비는 말문이 막혔다.
자린고비는 무슨 실수를 한 것일까? 자린고비는 자신의 필요만 살필 줄 알았지, 남의 필요를 살피지 못한 것이다. 옛말에 '남의 눈에 티끌은 보여도, 내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손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적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나를 알아야 전쟁을 해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다.
필요 역시 나와 남의 것을 모두 살펴야 한다. 관계의 기본은 남의 필요를 이해하고 그를 만족시켜주는 데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