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취함의 경계를 알아야 인생의 묘미를 안다.

 

생이 참 묘하다. 고해(苦海)엔 데 그 속에 있는 행복이 달콤하기만 하다. 그래서 살고 있고, 살아가려 한다.

그래 필요한 게 술이다.

 

술은 고해를 잠시 잊게 하고, 잠시의 행복 속에 머물게 도와준다.

그 속에 현실을 잊고, 자신도 잊어버린다.

‘몰아지경’(沒我之境)

 

“艰难苦恨繁霜鬓, 潦倒新停浊酒杯。”

(간난고한번상반, 요도신정탁주배)

 

“귓가에 핀 백발가락, 술잔만 들고 멍하니.”

 

두보의 시 ‘등고’(登高)의 한 구절이다. 술을 마시려 하지만, 늙고 병 들어 술 잔만 들고 더 이상 마시지 못하는 늙은 나그네의 심정을 그렸다.

이처럼 처량한 인생이 있으랴. 인생의 고해 속에 담금질 된 술꾼에게는 둘도 없는 형벌이다.

술 향이라고 맡기 위해 잔을 따르는 심정, ‘빈잔 들고 취해야 하는’ 심정은 당해보지 않은 이는 알 길이 없다.

 

술이 가져오는 경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속에서 자신을 잊게는 게 아니라 잃고 만다는 게 문제다.

그게 ‘취(醉)’의 묘미다. 자신을 잊어도 그렇지만, 자신을 잃으면 술이 연장해준 행복의 기억은 남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술을 찾게 된다. 마약쟁이가 마약을 찾듯….

 

인생의 묘미(妙味)인 술은 인류의 생이 시작한 순간, 같이 시작됐고 인류의 생이 이어지는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글자가 바로 술 주(酒)요, 취(醉)다.

 

갑골자 취(醉)는 술꾼이 경계해야하는 ‘취’의 순간이 묘사돼 있다.

술 항아리를 껴안고 있는 술꾼의 모습이 바로 취다.

갑골자 취(醉)는 술 항아리 유(酉) 옆에 졸(卒)이 있는 자다. 졸(卒)의 갑골자는 그 의미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일단 여기서는 한 가지만 이야기 하자.

옷매무세를 뜻하는 게 바로 졸이다. 학자들은 옷에 표시를 한 글자를 졸이라 해석한다. 상형자 졸의 해석 가운데 유력한 하나다.

 

그럼 취는 흐트러진 옷매무세로 술 항아리를 들고 있는 졸(졸: 졸개)인 것이다. 졸은 고대 중국의 평민이다. 농사를 짓고 전국시대 군역을 담당했던 계층이다. 귀족 바로 아래고 노비의 위다. 오늘날 수많은 시민들이다.

 

취는 술을 즐기는 경계인 셈이다. 이 경계를 넘어서면 취한 게 추하게 되고, 그 경계 안에 머물면 생을 취한 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요도신정’(潦倒新停)의 순간을 피할 수, 아니 최대한 미를 수 있는 것이다.


사회

더보기
"급식체는 언어의 자연스런 변화" VS "사자성어도 말할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 한 영상이 화제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영상은 소위 ‘급식체’를 쓰는 어린이들이 옛 사자성어로 풀어서 말하는 것이었다. 영상은 초등학생 주인공이 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包的’라고 말하지 않지만, ‘志在必得’, ‘万无一失’, ‘稳操胜券’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老铁’라고 말하지 않지만, ‘莫逆之交’, ‘情同手足’, ‘肝胆相照’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绝绝子’라고 말하지 않지만, ‘无与伦比’, ‘叹为观止’라고 말할 수 있다…” ‘包的’는 승리의 비전을 갖다는 의미의 중국식 급식체이고 지재필득(志在必得)은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의미의 성어다. 만무일실(万无一失)을 실패한 일이 없다는 뜻이고 온조승권(稳操胜券)은 승리를 확신한다는 의미다. 모두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뜻하는 말이다. 초등학생이 급식체를 쓰지 말고, 고전의 사자성어를 다시 쓰자고 역설하는 내용인 것이다. 논란은 이 영상이 지나치게 교육적이라는 데 있다.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초등학생의 태도에 공감을 표시하고 옛 것을 되살리자는 취지에 공감했지만, 역시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자연스럽지 않은 억지로 만든 영상이라고 폄훼했다. 평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문화

더보기
[영 베이징] '관광+ 문화' 융합 속에 베이징 곳곳이 반로환동 변신 1.
‘문화유적 속에 열리는 여름 팝음악 콘서트, 젊음이 넘치는 거리마다 즐비한 먹거리와 쇼핑 코너들’ 바로 베이징 시청취와 둥청취의 모습이다. 유적과 새로운 문화활동이 어울리면서 이 두 지역에는 새로운 상권이 형성됐다. 바로 관광과 문화 융합의 결과라는 게 베이징시 당국의 판단이다. 중국 매체들 역시 시의 놀라운 변화를 새롭게 조망하고 나섰다. 베이징완바오 등 중국 매체들은 앞다퉈 두 지역을 찾아 르뽀를 쓰고 있다. “평일에도 베이징 시청구 중해 다지항과 동성구의 룽푸스(隆福寺) 상권은 많은 방문객을 불러모았다. 다지항의 문화재 보호와 재생, 룽푸스의 노포 브랜드 혁신이 시민과 관광객에게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했다. 그뿐 아니라, 올여름 열풍을 일으킨 콘서트가 여러 지역의 문화·상업·관광 소비를 크게 끌어올렸다.” 베이징완바오 기사의 한 대목이다. 실제 중국 각 지역이 문화 관광 융합을 통해 ‘환골탈퇴’의 변신을 하고 있다. 베이징시 문화관광국 자원개발처장 장징은 올해 상반기 베이징에서 ‘공연+관광’의 파급 효과가 뚜렷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대형 공연은 102회 열렸고, 매출은 15억 위안(약 2,934억 6,000만 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