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할 때마다 ‘재발견’됩니다.”
KBS 2TV 월화극 <마녀의 법정>으로 호평받고 있는 배우 정려원은 자신을 둘러싼 칭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려원은 1세대 걸그룹인 샤크라 출신이다. 소위 말하는 원조 ‘연기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배우로 전업한 지 15년 차다. 그럼에도 그가 매번 ‘재발견됐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매번 색다른 연기로 대중의 기대치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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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KBS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어요. 그런데 연기할 때마다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와요. 언제 발견이 될지 의문이에요.(웃음) 아마도 <마녀의 법정>에서는 제 연기보다는 마이듬이라는 캐릭터 (매력) 점수가 추가된 듯해요. 과거에는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걱정도 많았지만 이제는 연기를 하면서 저 스스로 성숙해졌기 때문에 어떤 배역을 맡아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정려원은 <마녀의 법정>에서 출세지향주의자로 살다가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 배치된 여검사 마이듬 역을 맡았다. 한국에서 성범죄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표현 수위를 놓고 자칫 논란이 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제작진이나 이를 연기하는 출연진도 다소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마이듬은 출세를 위해서라면 장애물을 다 치워야만 하는 불 같은 성격의 소유자예요. 주관적이고 목표도 뚜렷한 인물이죠. 정말 재밌는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아요. 이 역할을 하게 돼서 영광이고, 연기를 하면서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제가 봐도 마이듬은 정말 매력있는 여성이에요.”
정려원은 극 중 불법 몰래카메라 업자에게 자신의 목욕하는 모습을 찍힌 후에도 이를 의연하게 극복해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줘 공감을 사기도 했다. 비록 연기라고 하지만 여성이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됐고, 이를 법정에서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자신의 나체가 찍힌 동영상을 공개해야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을 법하다. 이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공감의 뜻을 표하며 정려원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 사건을 겪은 후 패닉에 빠진 마이듬의 모습이 제 진짜 모습인 것 같아요. 평소에도 연기를 끝내고 집에 가면서 엘리베이터 안이나 집에서도 ‘카메라가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한 적이 있어요. 짧은 피해지만 그 트라우마는 평생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해본 적이 없기에 마이듬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생생하게 연기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정려원은 이 드라마에서 초임 검사 역을 맡은 배우 윤현민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두 사람은 <마녀의 법정>을 통해 처음 만났다. 하지만 극 초반부터 과감한 키스신을 연기하며 남다른 연기 호흡을 뽐내고 있다.
“처음에 대본이 나왔을 때는 ‘갑자기 훅 (키스신이)들어왔네’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직접 연기를 해야 하는 저희도 대본 받았을 때 그런 느낌이었죠. 갑작스러워서 ‘시청자들이 놀라지 않을까’, ‘너무 튀지 않을까’ 고민도 엄청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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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마이듬이 캐릭터와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촬영했죠. 다행히 반응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도 찍으면서 재미있었어요.”
정려원은 <마녀의 법정>을 촬영하며 여배우 이전에, 여성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 우리 곁에서 많은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고, 드라마 속에서처럼 답답한 일도, 통쾌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이입이 가능했기에 정려원은 주연 배우로서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대한민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에요. 그런데 피해자들은 앞으로 나서지 않죠. 여러 사람에게 이를 털어놔야 해서 수치심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어요. 여성아동범죄전담부와 같이 신고부터 기소까지 원스톱(one stop)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이 실제로 생겼으면 좋겠어요.”
기자 김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