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혁은 밴드 씨엔블루의 드러머다. 그래서일까?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두드린다. 씨엔블루의 일원으로서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이제는 ‘배우 강민혁’으로도 손색이 없다. 드라마 <상속자들>을 통해 안정적 연기를 보여줄 때만 해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던 그는 지난해 말 MBC 드라마 <병원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의 상대역은 내로라하는 선배 배우 하지원이었다. 그렇게 강민혁은 또 한번 성장했다.
ⓒ FNC Entertainment
“<병원선>은 거제도에 머물며 숙소 생활을 하며 촬영했어요. 그곳에서 동료들과 가족처럼 따뜻하게 지냈기 때문에 더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심심하지 않았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데 그럴 틈도 없이 빡빡하게 촬영했어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잘 마치고 나니 정말 뿌듯합니다.”
이 드라마는 강민혁에 처음 주어진 ‘남자 1번’이었다. 그동안 서브(보조) 남자주인공 역을 맡아 부담을 덜었지만, 이번에는 온전히 작품을 책임져야 하는 주인공이었다. 주저하던 그에게 작가와 감독은 미팅을 가진 후 이야기했다. “곽현(극중 이름)을 연기할 사람이 나타난 것 같다.” 부담이 준 것은 아니었지만 ‘하고 싶다’는 열정이 샘솟는 순간이었다.
“‘남자 1번’이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컸어요.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이번에는 제가 책임져야 할 몫이 더 컸기 때문에 현장 소품 하나, 주변 인물들 한 명까지 다 신경이 쓰이더군요. ‘강민혁의 따뜻한 모습을 기본으로 삼으면 된다’는 감독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어요. 첫 의학 드라마라 전문적인 용어도 많이 써야 했지만 인명을 구하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과 따뜻한 감성 덕분에 촬영 내내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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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혁에게 하지원은 어떤 존재였을까? 같은 프레임 안에서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압박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하지만 정작 연기합을 맞춘 하지원은 한없이 너그러운 선배이자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동업자였다.
“하지원 선배님은 정말 좋은 기운, 좋은 에너지를 가진 분이에요. 그런 분과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시간이자 값진 경험이었죠. 하지원 선배님은 20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잖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이 작품을 함께 하며 깊이 깨달았어요. 연기하는 동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본 적이 없죠. 그런 선배님과 같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은 제게 더없이 큰 복이에요.”
드라마 촬영을 마친 강민혁은 어느새인가 다시 씨엔블루의 일원으로 돌아와 있다. 지난 연말에는 각종 축제에 참여했고, 일본 공연도 마쳤다. 2010년 데뷔 후 어느덧 데뷔 8년차에 접어든 씨엔블루는 그야말로 ‘중견’이다. 그래서 매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채를 손에 쥐고 드럼을 두드릴 때마다 마음이 새롭다.
“20대 초반에는 마냥 열정과 패기가 넘쳤다면, 지금은 즐기는 방식이 달라요. 우리가 무대를 꾸미면 관객들이 호응하며 함께 가 준다는 것을 느끼죠. 예전에는 실수 하나하나에 미안해 하고 큰일이라고 느꼈는데 이제는 그런 작은 실수보다는 그 무대를 얼마나 즐기고 집중했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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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블루가 여전히 갖고 있는 딜레마는 있다. 기존 밴드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기에 ‘아이돌 밴드’라는 수식어가 여전히 따라 온다. 일본에서는 언더그라운드부터 시작해 밴드로서 씨엔블루를 따르는 팬들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그들의 실력과 연륜보다 이미지로 지레 짐작하려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희들에 대한 생각이 처음과 비교했을 때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무대를 많이 보여드릴 기회가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아직은 그런 편견을 완전히 깼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 역시 씨엔블루가 헤쳐가야 할 길이라 생각해요. 저희가 좋은 본보기를 보여야 최근 등장한 후배 밴드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에 더 사명감을 갖고 무대에 오릅니다.”
기자 김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