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2역, 힘들지 않았다.”
MBC 드라마 <투깝스>에서 강력계 형사 차동탁과 사기꾼 공수창을 오가며 1인2역을 소화한 배우 조정석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두 가지 상반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역시 조정석”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연기력을 끌어올리는 것 못지않게 조정석을 힘들게 한 것은 빠듯한 스케줄이었다. 혼자서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 그의 출연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작품이 끝나니 너무 시원하네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거든요. 1인2역을 소화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3개월 동안 계속 잠을 3~4시간 자면서 촬영해야 했죠. 스케줄표가 나오면 대다수 제가 나오는 장면이었어요. (웃으며) 저도 이제 나이를 먹다보니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조정석은 이번 작품에서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와 호흡을 맞췄다. 무려14세의 나이차가 났지만 두 사람은 한 쌍의 잘 어울리는 커플의 모습을 그려냈다. 따지고 보면 조정석은 전작인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과 <더킹투하츠> 등에서도 공교롭게 가수 겸 배우 아이유, 이승기와 함께 출연했었다.
“혜리와의 호흡은 아주 좋았어요. 현장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제일 많았죠. 센스도 좋고 감도 좋고 솔직한 친구였어요. 촬영해야 할 장면에 대한 시퀸스나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혜리 외에 아이유, 이승기 역시 가수로도 활동하는 동료들이었기 때문에 함께 촬영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던 기억이 나네요.”
조정석은 <투깝스>가 끝나자마자 연극 연습에 합류했다. 음악천재 모차르트를 소재로 다른 연극 <아마데우스>의 타이틀롤을 맡고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다시 선다. 개인적으로 정말 참여하고 싶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휴식기 없이 곧바로 연습을 시작하게 됐다.
“연극 무대는 오랜만이지만 뮤지컬에는 꾸준히 출연해왔어요. 저는 연극와 뮤지컬을 굳이 구분 짓고 싶지 않아요. 계속 무대 위와 TV 속, 스크린 속 등을 오가며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저의 바람이에요. 아마데우스 역할은 누구든 도전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배역이에요. 어느 배우가 마다하겠어요?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영화로 만들어진 <아마데우스>를 봤는데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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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생인 조정석은 한국 나이로 올해 39세다. <투깝스>를 비롯해 올해 출연하는 작품은 그의 30대를 마무리하는 의미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30대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더킹투하츠>로 안방극장에 진출했다. 이제는 다양한 무대를 누비는 전천후 주연배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조정석의 30대는 정말 훈훈했어요.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놓은 것처럼요. 가끔 미지근할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따뜻했어요. <아마데우스>가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아직 확답은 할 수 없지만 여러 작품을 놓고 고민하고 있어요. 30대의 마지막이어서가 아니라 연기적으로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조정석은 인간성이 좋기로도 정평이 난 배우다. 그와 함께 한 현장을 경험한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충실히 수행하며 연기 외적으로도 주연 배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가 가진 재능은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다일 텐데, 그걸로 먹고 살아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작품 안팎에서 좋은 모습을 갖추고 주변을 챙기는 것이 서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는 그동안 제가 했던 역할들과 교집합으로 섞이지 않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가슴을 후벼 파는 애절한 멜로 혹은 피튀기고 무지막지한 스릴러물 같은 거요. 그런데 희한하게 공포물은 별로 끌리지 않아요, 하하.”
기사=김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