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민르바오는 중국 제일의 신문이다. 공산당 기관지다. 가장 권위가 있다. 그런 신문이 최근 SNS에 글을 올렸다가 망신을 당하고 글을 삭제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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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글일까? 둬웨이多维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글은 최근 미국의 무역 도발에 대해 이를 비판하고, 중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이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미국이 중국에 무역전 도발을 해왔다.
상무부는 이에 바로 상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받기만 하고 주는 게 없으면 예의가 아니다.
우리는 도전을 받들어 끝까지 대응할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다리를 놓고, 우둔한 자는 벽을 쌓는다'했다.
세계 1,2위의 경제체들이 서로 손실을 입을 것이다.
함부로 막 행동하는 것으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경제 세계화는 대세다. 바닷물이 다시 역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중국의 합법적인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은 겁내지 않고, 피하지도 않을 것이다."
참 잘 쓴 문장이다. 간결하고 힘이 있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문제가 있었다. 이 글을 올린 게 중국에서 나름 가장 영향력이 있는 SNS 매체라는 것이다. 웨이보微博는 중국에서 5억 명가량이 이용하는 것으로 한국 블로그와 미국의 페이스북의 장점을 섞은 형태다. 웨이보 독자들에게 런민르바오人民日报 글이 인용한 문장이 눈에 거슬린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다리를 놓고, 우둔한 자는 벽을 쌓는다" 중국 원문은 "智者建桥, 愚者建墙"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중국 SNS에 실렸다. 런민르바오 글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대략 "그럼 중국의 인터넷 만리방화벽은 어떻게 된 것이냐?"하는 내용이었다. 댓글도 고상하게 런민르바오를 비꼬았다.
'指桑骂槐' 우리말로 하면 건너 산 보고 꾸짖기다. 직접 욕하지 못하니 다른 것을 빗대어 욕한다는 의미다. 런민르바오가 실제 중국 인터넷 방화벽을 욕을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욕했다는 것이다.
'妄议国策' 함부로 국책을 논한다. 방화벽을 쌓는 게 중국 국책인데, 이를 함부로 논했다는 의미다.
결과는 결국 런민르바오 손을 들고 말았다. 둬웨이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런민르바오가 결국 관련 글을 인터넷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기사=박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