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앞서가도, 뒤처져도 안 돼요.”
‘멜로 장인’이라 불리는 배우 손예진이 남다른 멜로 연기를 소화하는 비법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손예진은 그 동안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클래식>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비롯해 드라마 <여름향기>, <개인의 취향>, <연애시대> 등 그를 대표하는 멜로물도 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 배우 소지섭과 호흡을 맞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추가됐다. 유명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멜로 실종시대’라 불리는 한국 영화계에서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게 지키며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이 힘들다는 멜로물을 성공시키는 손예진만의 비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멜로 장르라고 감정적인 부분에서 너무 넘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특히 멜로 영화에서는 배우의 감정 수위가 정말 중요하죠. 너무 앞서서도 뒤처져서도 안돼요. 그래서 감정의 수위를 어떻게 조절할지 항상 고민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눈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더 자제하려고 노력했죠. 자칫 감정이 과잉되면 관객이 몰입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소지섭과 찰떡 궁합을 자랑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손예진은 이제 TV로 넘어가 다시금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2010년작인 <개인의 취향>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멜로 드라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5세 연상인 소지섭과 호흡을 맞췄던 손예진은 이 드라마에서는 6세 연하인 신예 정해인을 상대역으로 맞았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에 정해인이라는 친구를 봤는데, 그 모습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속 서준희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저보다 6세 어리다 보니 제가 더 늙어 보일까 걱정이 되긴 했어요. 어쩔 수 없죠. 제가 더 누나니까. (웃음). 정해인의 모습과 서준희의 캐릭터가 묘하게 어울려서 설레고,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요. 보기만 해도 너무 예뻐요.”
이 드라마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연상녀-연하남이 조금씩 사랑에 빠져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작품 속 설정처럼 실제로 정해인보다 연상녀이자 배우로서도 선배인 손예진. 과연 작품 밖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어떨까?
“이 드라마의 제목처럼 몇 번이나 제가 밥을 사주려고 했는데 미리 계산을 다 해버리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제목에 대한 압박이 있었나 봐요. 그래서 정말 두 번이나 밥을 사주려고 했던 건데 이미 계산을 다 해버려서 아직 한 번도 사주지 못했어요."
이 드라마에서는 손예진의 전매특허인 취중 연기를 볼 수 있다. 손예진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상대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과 나란히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다”라는 대사로 대중의 뇌리에 남아 있다. 영화 <오싹한 연애>에서도 귀여운 주사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에서 선보이는 손예진의 취중 연기의 감상 포인트는 무엇일까?
“제가 연기하는 윤진아라는 캐릭터가 직장에서 힘든 일도 많고 맥주를 한 캔씩 마시는 상황이 많아요. 사실 저는 술을 잘 마시는 못해요. 그런데 술을 마시거나 취해서 연기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마시고 했어요. 술 마시면 엄청 빨개지는데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해당 장면을 찍기 전에 ‘맥주 한 캔 주세요’라고 하고 빨대로 먹으며 리얼하게 촬영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