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배우 황정민이 청룡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이런 수상소감을 남겼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았을 뿐입니다.” 감독과 스텝들, 많은 출연자들이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자신은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는 것. 그런데 ‘이제 내 밥상은 내가 차려 내가 먹겠다’는 스타들이 나타났다. 감독이나 PD에게 선택 ‘받는’ 대신 기획부터 촬영, 출연, 편집까지 모두 자신이 도맡아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악동뮤지션은 이찬혁이 군대에 입대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팬들은 악동뮤지션 이수현을 꾸준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녀를 볼 수 있게 된 곳은 다름아닌 유투브다. 음악 외에도 여느 소녀들처럼 자신을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진 이수현은 자신의 계정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나가고 있다.
주요 콘텐츠는 뷰티다. 발랄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뷰티 아이템과 메이크업 팁을 공유하면서 10-20대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최근에 빠지게 된 슬라임, 송 커버 영상 등으로 채워진 이수현의 계정은 ‘지금 이수현의 모든 것’이다. 이수현이 자신의 계정에 영상을 게재하자 반응은 뜨거웠다. 그녀의 유투브 구독자는 74만 명으로, 연예인 출신 뷰티 유투버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이다.
최근 떠오르는 유투버 강유미의 계정명 역시 ‘좋아서 하는 채널’이다. 그 이름처럼 먹방, 리뷰 등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며 웃음을 주고 있다.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넘치는 끼를 가진 개그맨이라는 자신의 장점을 여과없이 활용한다. 별 거 없는 내용인데 보다 보면 계속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평이다.
강유미가 유투브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전권을 갖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힘에 부치게 많은 일을 하게 되거나 강제로 휴식기를 가져야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유투브는 강유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했다. 유투브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이후 캐스팅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화제의 인물로 재부상한 것. 베테랑 기자들도 어려워한다는 국회의원을 찾아가 채용비리에 관해 “꽂아주신 게 사실인가요?”라고 질문하는 등 시청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강유미의 KBS 개그맨 선배 송은이도 같은 이유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로 변신했다. 송은이는 여성 예능인이 설 자리가 부족한 방송계에서 조금 벗어나 팟캐스트, 유튜브 등 상대적으로 비주류인 플랫폼에서 독창적인 콘텐츠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 결과 송은이는 새로운 개념의 ‘스타 메이커’가 되었다. 김숙과 함께 진행했던 팟캐스트 <비밀보장>은 SBS <언니네 라디오>로 발전했고, 코너 중 하나였던 <영수증>은 KBS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이어졌다. 또한 김신영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개그우먼들의 걸그룹 결성 프로젝트 ‘셀럽파이브’를 실현시키기 위해 웹 예능 <판 벌려>를 직접 제작했고, ‘셀럽파이브’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음원을 내고 음악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송은이가 기획·제작한 프로그램을 통해 김숙, 김생민, 안영미, 김신영, 신봉선 등 주류 방송에서 밀려났던 후배들이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기사=이동경 기자 사진출처=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