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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부호, 벼 화 禾


상상을 해보자. 갑자기 지구에 대형 위성이 떨어졌다. 혹 대형 핵폭발이 있었다. 대지가 요동을 하고, 전 화산이 순간 폭발을 한다. 화산재가 순식간에 하늘을 덮는다. 해가 가려지고, 그렇게 세상이 파괴된다.

문명은 순식간에 종말을 맞았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흘렀다. 저주받은 지구에 다시 생명이 돋기 시작했다. 하늘이 열렸고, 비가 내려 땅 위 분진이 어디론가 씻겨 내려갔다. 산과 바다가 다시 푸르게 됐고, 동물과 물고기들이 넘쳤다. 위대한 자연이 스스로 정화하고 치유해 되살아 난 것이다. 그동안 숨어서만 살던 인류도 다시 땅으로 나왔다. 
그런데 저 많은 풀 가운데 인류는 뭘 먹을 수 있을까? 이 순간 정말 누군가 한자를 기억했다면 걱정이 없다.

한자는 수십 기가의 인류 문화 코드 저장 장치다. 동양 문명의 비밀을 담은 열쇠들이다.

벼 화禾를 알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게 된다.
인류가 모든 기억을 상실해도 이 한자를 아는 이들은 쉽게 먹을 수 있는 벼와 보리, 수수 등의 곡식을

찾아낼 수 있다. 갑골자 벼 화자에 그 비밀이 담겨 있다. 

 

 

 

 

갑골자 벼 화는 누가 봐도 식물의 모양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 벼 화 자처럼 생긴 곡식은 모두 우리가 즐겨 찾는 곡식이다. 좀 더 상세히 확인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서울 서대문역 인근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에 가보면 된다. 농업박물관에는 우리 인류가 재배한 곡식들이 조, 보리, 쌀 등의 순서로 전시돼 있다. 모든 곡식들이 갖추고 있는 모양이 바로 갑골문자에서 보이는 벼 화자의 모양 그대로다.  

벼 화자의 본래 모양을 알면 지구 종말의 순간에 뭘 먹을 수 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상상의 세계다. 새 인류 원시 부락의 촌장이 어느 날 선인들이 남긴 한자 책을 발견했다. 한자로 쓰인 책이다. 거기에 벼 화자와 밭갈이 할 경(耕) 자를 이해했다. 촌장은 금방 그 글자의 의미를 알았다. 글자에서 깨우친 용도로 도구를 만들고 벼를 심었다. 수차례 실패를 반복하고 원시 부락 마을은

드디어 쌀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다.
"오 신이어서,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생존의 부호를 남겨주셨습니다." 
무릎을 꿇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촌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에게 한자는 신이 전해준 생존의 부호일 것이다.
이게 한자의 매력이다.

벼 화로 만들어지는 개념들도 재미있다. 벼 화 자에 입 구(口)를 더하면 평화로울 화(和), 화목할 화 자가 된다. 화목이라는 게 별개 아니다. 같이 나눠 먹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식구食口라는 의미도 나온다. 한 식구가 뭐냐? 같이 밥을 먹는 이들이다. 같이 밥을 먹는 식구가 화목하면 뭘 할까? 같이 논다. 노래를 한다. 화목의 화는 일찌감치 음악이란 뜻이 있었다. 

聲音相和, 前後相隨
성음상화, 전후상수;
소릿값과 소리가 서로 화음을 이루고, 앞과 뒤가 있어 서로 따른다.

노자의 말이다. 화(和) 자는 화음, 음악이란 뜻이다. 사람의 소리는 음과 성으로 구분된다. 정해진 소릿값이 음이고, 소리가 성이다. 사람의 소리에는 소리 값이 정해진 음과 그렇지 않은 성 두 소리, 즉 음성이 있지만, 동물의 울음 소리는 그저 성만 있다. 또 이런 개념에서 "극음至音은 무성无声"이라는 말이 나온다. 

벼 화를 알면, 살 수 있다. 먹을 게 있어야 나눠 먹을 수 있고, 화목도 이를 수 있다. 식구가 생기고, 친구가 생긴다. 그럼 같이 노래를 하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인륜의 도는 이런 '상생의 고리' 속에서 나온다. 식구, 친구, 화목이 홀로가 아닌 것이다. 관계의 고리 속에서 나온다. 한자가 전하는 진리다. 

© sapanpatel123,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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