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해줘야지요.”

방탄소년단, BTS에 대해 병역면제특혜를 줘야 되느냐, 줘서는 안되느냐고 두 아들에게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2019년 4월과 5월에 입대해 2020년 11월과 12월에 전역한 아들들이라 부정적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선입견이었다.

“솔직히 어려운 군대생활을 우리들만 하고 면제 혜택을 주는 것 자체만은 동의할 수 없지만 BTS처럼 돌민정음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으니 혜택을 줘도 좋다”는 이유를 들으니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덧붙인 한마디가 더욱 충격이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에서 메달을 딴 사람들을 병역면제 해주는데 BTS에 대한 혜택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게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아빠찬스와 돈의 힘 등으로 적절하지 않게 면제 받는 ○들이 있는 현실에서는요….”

 

 

돌민정음/ 如心 홍찬선

 

방탄소년단 사랑해는

보라해가 되고

 

볼수록 매력 있음은

Bolmae로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Choeae로

 

Oppa Noona Aegyo가

전 세계 공용어로 쓰인다

 

세종대왕도 깜짝 놀라는

돌민정음에

 

Gagjil Naeronambul이

찬물을 끼얹는다

 

이 무슨

Geomsuwanbag…

 

 

 

 

더불어민주당은 4월12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결의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우리 앞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검수완박은 질서 있게 철수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개혁을 강행하는 길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서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제기한 소수의견은 묻히고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박탈한 검찰 수사권을 어디로 부여할 지에 대한 방안도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채, 상당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검수완박을 강행하려는데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에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외부효과/ 如心 홍찬선

 

꿀 찾으러 나갔던

꿀벌들이 돌아오지 않자

벌 주인들은 애간장이 탔고

배 오얏 복숭아 과수원에선

난리가 났다

 

BTS 오징어게임 파친코로

한참 기분 좋았던 한겨레가

검수완박이란 듣보잡 괴물에

이리 갈리고 저리 찢기어

만신창이 일보직전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며

던진 돌멩이에

사랑 나누던 개구리가

비명횡사했다

 

 

지난 겨울에 꿀벌이 집단으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벌통에서 월동(越冬)하던 꿀벌들이 날씨가 따뜻해지자 봄이 온줄 알고 꽃 찾으러 나갔다. 아무리 날아다녀도 꽃을 찾을 수 없어 기진맥진해 있는데,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집단적으로 얼어 죽은 탓이다.

텅 빈 꿀통을 보는 양봉업자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터지는 속은 과수원 주인으로 옮겨 붙었다. 꿀벌이 없으면 배 오얏 복숭아 등의 꽃가루받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크고 맛있는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겨울이 겨울 같지 않게 따뜻하고, 눈이 오지 않은 채 봄은 늦게 와서 울진 삼척 영월 동해 양구 대구 등에서 산불이 크게 난 것도 따지고 보면 기후변화 때문이다. 겨울의 이상고온과 여름의 게릴라성 폭우의 악영향이 어디로 튈지 갈수록 걱정이다.

국민들의 걱정은 크기만 한데,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권은 한심한 엇박자 놀이에 빠져있다. 하라는 BTS 병역문제는 미적거리며 해결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검수완박 타령에 편이 갈려 으르렁대고 있다.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돌민정음에 눈살 찌푸리게 하는 돌민정음이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Ondol(온돌) 김치(Kimchi) 태권도(Taekwondo) 같은 전통문화와 관련된 말에 Oppa(오빠) Noona(누나) Aegyo(애교) Bolmae(볼매, 볼수록 매력 있다) Choeae(최애, 가장 좋아하는 멤버)처럼 예쁜 돌민정음이 확산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Gapjil(갑질) Kkondae(꼰대) Naeronambul(내로남불)처럼 부정적인 한글이 퍼지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검수완박이 Geomsuwanbag이라는 돌민정음으로 탈바꿈해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파친코 등이 힘들게 만들어 확산해가고 있는 한류문화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BTS가 한국과 한국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린 일은 세종대왕 이후 최고, 최대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꿀벌이 사라진 것은 더 큰 불행을 예고하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자신들 편으로 임명한 검찰총장마저 “헌법위배”라 지적하 고,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무시한 채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게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