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달랐다. 이은해의 남편 윤씨가 가평계곡에서 익사했을 때, 최초의 수사를 맡은 경찰서는 변사 사건으로 보고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생명보험회사는 무언가 의심스럽다며 사망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고, 거부했다. 보험회사의 특별조사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는 과연 무엇을 보았을까.
특별조사조직으로 번역되는 SIU는 보험사기를 전담한다. 보험회사 별로 적게는 8명(미래에셋생명), 많게는 58명(삼성화재)씩 활동하는 SIU의 중심구성원들은 검찰과 경찰에서 직접 수사를 맡았던 전문 조사요원들이다. 병원에서 임상경험이 많은 간호사와 의료분석요원 등도 참여한다. 이들은 2021년 기준 9434억 원에 이르는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쯤, 윤씨를 가평 용소계곡으로 뛰어들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가 숨진 지 4개월 뒤, 경찰이 단순변사로 종결하자, 이은해는 보험회사에 윤씨에 대한 사망 보험금 8억여 원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SIU들이 단순 사고사가 아닌 ‘부작위 살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제기해서다. 결국 이은해와 조현수는 경찰에 검거됐다.
SIU/ 如心 홍찬선
아마추어가 아무리 많이 있어도
유능한 전문가 한 사람만 못하다
남들이 모두 그렇다고 할 때
외롭게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그렇지 않다며 태클을 걸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것
눈 밝고
마음 바르고
실천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어
사기치고 사람 죽여 한탕하려는
기생충들이 발붙이지 못한다
SIU의 활약은 또 있었다. 2017년 6월, 충남 서천군 한 갯벌에서 50대 남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는 A씨의 전처와 아들, 그리고 전처의 지인이자 보험설계사인 B씨가 있었다. B씨는 경찰에 신고한 뒤 A씨가 갯바위에서 물놀이하다 미끄러졌다고 진술했다. SIU를 동원해 조사해본 C보험사는 10억여 원의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으로 의심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결과 전처와 아들의 고의적 살인이 인정돼 징역 25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가평계곡살인과 서산갯벌살인은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위험)의 대표적 사례다. 사망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비해, 가장이 불의의 사고고 사망하더라도 가족이 생활위험에 빠지지 않고 살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망했을 경우 받는 보험금이 많으면, 건강관리에 덜 신경 쓰거나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은 채 위험한 암벽등반이나 스카이다이빙 같은 것에 도전하게 된다. 심할 경우, 살인이나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한다.
모럴 해저드는 주인과 대리인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주인은 대리인을 믿고 일을 맡겼는데, 대리인은 주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행동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를 가리킨다. 핀란드 태생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벵트 홀름스트룀 경제학과 교수는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한 주인-대리인 간의 모럴 해저드를 연구한 공적으로 2016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시와 경제> 7회에서 다룬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해 바람직하지 않은 계약을 체결하는 반면 주인-대리인 문제는 계약 이후 행동의 문제라는 점에서 다르다.
모럴 해저드/ 如心 홍찬선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들에게
모래처럼 많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하늘처럼 모시겠다는 감언이설은
선거 때만 난무하고
딸과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가 고액의 족집게 과외를 시켰다
선생과 자녀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간단한 수술이라고 웃으며 수술실에 들어갔던
아버지가 시신으로 나왔다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자녀들은 억장이 무너졌지만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고 진료비만 잔뜩 물었다
모럴 해저드를 막는 방법은 그것을 저질렀을 때 확실히 응징 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보험사기를 쳐봐야 SIU가 모두 찾아내,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감옥에까지 가야한다는 것을 알면, 감히 보험사기를 치려고 하지 못한다.
선거 때만 사탕발림을 하다 유권자를 무시하면, 다음 선거에서 확실히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민의(民意)와 다르게 사익(私益)과 사익(邪益)을 취하려고 하는 선출직 공무원들을 임기 전이라도 끌어내리도록 하면, 유권자들을 초개(草芥)처럼 보는 방약무도 함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를 ‘루저’로 만들고 교육부 공무원과 입시학원만 돈을 긁어모으도록 하는 교육시스템을,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를 중심으로 개혁하면 입시학원과 학원 강사들이 학부모의 노후자금을 강탈하고 학생들을 속이는 일을 저지를 수 없다.
모럴 해저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SIU 같은 전문가들을 적극 양성하고 활용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있는 주인 정신으로 무장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