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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19 - 승자독식과 따듯한 자본주의

삐걱거리는 낙수효과와 고장 난 분수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74년 동안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용산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실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막판 힘겨루기를 뚫고 새로 열린 ‘용산시대’는 정권이 바뀌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바뀐 것은 또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강조했다. 평등이나 복지는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로 시작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다”고 강조한 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나와 우리 공동체 구성원의 자유가 침해 받는다”고 강조했다. 민간의 활력을 끌어올려 경제성장률을 높임으로써 자유와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분수효과를 내세우며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낙수효과에 기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如心 홍찬선

 

물이 그릇에 가득 차면

넘쳐 아래로 흐르고

두 개가 하나 보다 많고

좋다는 건 세 살배기도 안다

 

다리가 튼튼하면

굳게 서고 오래 달려

몸을 튼튼하게 만들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위에서 물 받는

그릇을 자꾸만 키우면

물이 넘쳐흐르지 않고

낙수효과는 점점 약해진다

 

물을 힘차게 솟구치게 하는

힘을 바깥에서 제공하지 않으면

분수도 물을 품지 못한다

현실은 이론과 다른 것

 

삐걱거리는 낙수효과와

고장 난 분수효과로는

헉헉대는 한국경제 살리기 어려운데

벌이는 적고 쓸 곳은 많아 걱정인데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너무 강조한 것 아닌가 우려되는 이유다. 다만 약간의 희망을 찾을 수는 있다.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勝者獨食, Winner takes all)이 아니고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또 세계시민을 7번이나 거론한 것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모든 것을 자유에 맡기는 게 아니라,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는 다짐으로 취임사를 마쳤다.

 

자유시장경제는 시장에 그대로 맡겨 두면 돈 있는 사람은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살기 힘들게 되는 시스템이다. 독점이 발생하고, 부익부빈익빈이 가속화되면서 자본주의 자체를 무너뜨리는, 자기파괴라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 이 결함을 고치기 위해 케인즈경제학이 도입됐지만, 2008년에 발생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 약효가 거의 떨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합의다. 윤 대통령이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이유일 것이다.

 

 

승자독식/ 如心 홍찬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선

한 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州)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아바의 감미로운 선율대로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갖고

진 사람은 떨어지는 것,

아바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했지만

운명은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살만한 새 세계가 열린다

 

경쟁에서 이긴 기업과 정당이

떨어진 사람을 배려하지 않으면

스스로도 망하고, 공동체도 무너지는 것

 

승자독식은 공멸의 저주,

승자는 나누고, 패자는 승자를 존중하는

세계시민이, 함께 잘 사는 도깨비 방망이

 

윤석열 정부는 출범 3일 만에 6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추경을 발표했다. 그만큼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심각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악영향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마디로 위기다. 위기 때는 넉넉한 사람들의 자발적 나눔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12대(代) 동안 부자신화를 이어온 ‘경주 최부자’는 흉년이 들면 절대로 땅을 사지 않았고, 구휼미를 내 필요한 사람들이 한 줌씩 가져가도록 했다. 그 덕분으로 백성들이 참고, 참고 또 참다 참을 수 없어 봉기한 민란에서 피해를 입지 않은 채 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요즘 말로, 지도자의 도덕적 책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멋지게 실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35번이나 강조한 자유가, 있는 사람만의 자유가 아니라, 모두가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를 보장받는 자유시민’이 되어 함께 잘 사는 진정한 선진국가가 누리는 자유이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 그것이 참모진이 마련한 취임사를 직접 고쳐 쓴, 윤 대통령의 초심이 임기 말까지 이어져 모두에게 박수 받으며 퇴임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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