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와 정치학자 그리고 통계학자 3명이 사냥을 가서 불행하게도 곰을 만났다. 경제학자가 당황해 총을 쏘았지만 곰 오른쪽으로 1m 정도 빗나갔다. 정치학자가 서둘러 쏜 총알은 곰 왼쪽으로 1m 정도 벗어났다. 그러자 통계학자가 크게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만세! 명중이다!” 좌우로 1m씩 벗어났으니 평균내면 곰을 명중시켰고, 사냥에 나섰던 3명의 학자는 통계적으로 곰의 공격에서 벗어나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는 상상에 맡겨야 할 것이다. 우리가 늘 마주하는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만들어낸 우스개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게 바로 주식투자에서의 수익률이다. 100만원을 투자해서 50만원으로 손해 봤다가 다시 100만원을 회복했을 때 결과는 본전이다. 하지만 평균수익률은 25%에 이른다. 50% 손해 봤다가 100% 수익을 올렸으니 (-50+100)÷2=25%가 되는 것이다. 이것만 얘기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회사가 판매하고 자산운용회사가 주식투자하는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이렇게 계산해서 ‘평균의 함정’에 빠진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펀드를 고를 때는 최근 몇 년
국회의장 후보도 경선으로 뽑는다는 뉴스가 춤을 춘다. 다수당 의원 가운데 다선(多選) 우선, 공동 선수(選數)엔 연장자 우선이란 미풍양속적 관례(원칙)를 헌신짝처럼 버린 채, 개혁이란 양가죽을 쓰고 계파이익을 관철하겠다는 늑대가 으르렁거리는 양상이다. 대통령 임기에 쫓겨 허겁지겁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에 이어 ‘얼마나 겁나고 급하면…’이라는 의문이 나오게 하는 이유다.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도,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의 양심도 찾아보기 힘든 ‘표 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다. 국회의장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다.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맡아야 하는 게 암묵적인 합의였고, 지금까지 별다른 잡음 없이 지켜져 왔다. 그런 국회의장마저 당내 계파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해 경선을 치러 뽑겠다는 것이다. 다수당의 횡포에 다수계파의 탐욕이라는 비판은 아랑곳하지 하지 않는다. 독점의 폐해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독점/ 如心 홍찬선 허파에 바람이 들고 간이 돼지처럼 부으면 눈이 멀고 귀가 막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 외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데 이 세상에 공짜가 없고 새 역사는 변두리에서 만들어지듯 말, 보
전문가는 달랐다. 이은해의 남편 윤씨가 가평계곡에서 익사했을 때, 최초의 수사를 맡은 경찰서는 변사 사건으로 보고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생명보험회사는 무언가 의심스럽다며 사망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고, 거부했다. 보험회사의 특별조사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는 과연 무엇을 보았을까. 특별조사조직으로 번역되는 SIU는 보험사기를 전담한다. 보험회사 별로 적게는 8명(미래에셋생명), 많게는 58명(삼성화재)씩 활동하는 SIU의 중심구성원들은 검찰과 경찰에서 직접 수사를 맡았던 전문 조사요원들이다. 병원에서 임상경험이 많은 간호사와 의료분석요원 등도 참여한다. 이들은 2021년 기준 9434억 원에 이르는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쯤, 윤씨를 가평 용소계곡으로 뛰어들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가 숨진 지 4개월 뒤, 경찰이 단순변사로 종결하자, 이은해는 보험회사에 윤씨에 대한 사망 보험금 8억여 원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SIU들이 단순 사고사가 아닌 ‘부작위 살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제기해서다
옛날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길렀다. 어느 날 그는 원숭이들에게 하루에 줄 바나나 7개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화를 내자, 저공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는 어떠냐고 했다. 원숭이들은 좋다며 받아들였다. 살면서 한 두 번씩은 들어본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의 기원이다. 조삼모사는 처음엔 원숭이들이 멍청하다는 뜻으로 쓰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변덕스러운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전용되고 있다. 과연 원숭이들은 멍청했던 것일까…. 조삼모사/ 如心 홍찬선 내 머리로만 보면 옳은 것도 틀린 것으로 여기고 내 생각으로만 들으면 잘못된 것도 올바르다고 착각한다 바나나를 아침 4개, 저녁 3개 받는 게, 아침 3개, 저녁 4개 보다 나은 것은 숲 속에 있는 참새 10마리가 내 손안에 있는 한 마리 보다 못하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똑똑하다며 콧대 세우는 비심(非心)들은 원숭이를 향한 손가락질이 스스로에게 되돌아오는 걸 내가 옳다고 우기면 틀리고 내가 틀리다며 묻고 찾으면 옳은 길 얻는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한다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물론이고, 오늘 저녁이나 바로 10분 뒤
어떤 주의나 주장에 반대되는 이론이나 말. 일반적으로는 모순을 야기하지 않으나 특정한 경우에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논증. 모순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역설(逆說, paradox)에 대한 국어사전의 설명이다. 설명이 더 어려운 듯하다. 단순화해서 쉽게 말하면, 좋은 뜻으로 어떤 일을 했을 때 뜻하지 않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아껴 쓰고 저축하는 것이 개인들에게는 바람직한 일인데, 모든 사람이 다 저축을 많이 하면 소비가 줄어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결과가 가져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바로 ‘저축의 역설’이다. 정부가 ‘1월 추경’을 마련했다. 1월 추경은 6.25전쟁이 일어난 이듬해인 1951년 1월 이후 71년 만에 처음이다. 사실상 역사상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번째이며, 3년 연속 1분기 추경이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코로나와 싸우는 게 총칼 든 전쟁보다 힘들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1월 추경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따라붙는다. 추경의 역설/ 如心 홍찬선 경제
빚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웃는 선물의 얼굴과 모진 야차(夜叉)의 모습을 갖고 있다. 약간 무리를 하더라도 대출 받아 내 집을 마련하거나 좋은 주식을 사면 대출이자 보다 높은 수익으로 웃음을 안겨준다. 반면 힘에 부치는 과다한 부채는 자유를 빼앗고 가정을 무너뜨리며 심하면 삶까지 망가뜨리는 저주를 초래한다. 착한 얼굴의 유혹에 빠져 야차의 모습을 잊으면 빚의 노예가 되고 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의 늪에 빠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빚/ 如心 홍찬선 빚은 냉혹한 야누스 좋은 빚은 웃음을 선물하고 나쁜 빚은 야차의 저주를 퍼붓는다 빚은 자유와 노예의 담장을 걷고 빚은 가족행복과 가정파괴의 줄다리기를 하다 빚은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다 확률에 인생을 거는 것은 철부지 사랑, 네 잎 클로버로 행복을 짓밟지 마라 빚은 현실이고 이익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어음, 빚의 노예가 되지 말고 빚의 주인이 되어라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빚에서 벗어나라 빚이 삶을 살찌우는 선물이 될지, 아니면 자유를 빼앗고 가정을 파괴하며, 경우에 따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야차일지는, 나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나의 현재 소득과 앞으로 예상되는 소득으로 대출이자를
43541122/ 如心 홍찬선 막걸리가 시간을 마셨다 소주는 사람을 집어 삼켰고 소폭이 대뇌를 찢어놓았다 알코올에 젖은 이성은 브레이크가 풀리고 욕망의 노예가 되어 이브의 타락으로 달려가려고 한 순간 벼랑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건져 올린 최후의 보루는 습관의 근력과 그분의 채찍이었다 서울특별詩를 줍던 발이 폭파당한 머리를 안전지대로 옮겼고 소리 없이 스며든 어둠이 부끄러움을 푸근히 감쌌다 저녁 5시부터 자정까지 흐드러진 술판은 배움터가 되었고 깨어진 머리는 스승이 되었다 욕심은 찝찝한 뒤끝을 남긴다고 잃은 것은 돈과 시간만이 아니라고 태양 아래 공짜는 없으며 선택은 스스로 대가를 치러야 함을 알려주었다 * 기회비용 ; 살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기회비용이라는 괴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가지만, 기회비용이란 괴물은 삶의 구석구석에 웅크리고 있다가 우리들의 뒤통수를 세게 친다. 대부분은 맞은 줄도 모를 정도로 약하지만, 가끔은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로 강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삶과 죽음을 갈라놓기도 한다. 기회비용이란 여러 가지 선택 대안이 있을 때, 시간과 능력의 제한 때문에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발생한다. 하루는 24시간이고,
경제는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것들이 경제고, 실제로 현명하게 경제생활을 하면서도 경제를 어렵게만 여긴다. 경제를 제대로 모르면서 경제전문가로 행세하는 헛똑똑이 경제학자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경제보다 더 멀게 느낀다. 하루하루의 삶이 시 아닌 게 없는데도 시는 유명한 시인이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뒤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찬선 시인이, 늘 우리와 함께 하는 시와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편집자> 은마아파트에 가면 - 여심(如心) 홍찬선 은마아파트에 가면 삶의 기준이 흔들린다 가치와 가격이 화성과 금성보다 더 어긋나 있는 곳 낡은 수도관에선 녹물이 울화통으로 솟구치고 넓은 주차장엔 겹겹이 대도 빈 공간 찾기 힘든데 공간의 희소성이 가치를 가격의 노예로 만드는 곳 헛배만 부풀리는 화폐가 마시멜로 효과로 화장을 하고 하루하루의 삶을 옭아매는 곳 욕망이라는 이름의 저수지가 참다움이란 여유와 푸근함을 이죽거리며 짓밟고 미소 짓는 곳 은마아파트 앞에 서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느낌표가 왜 이렇게 견뎌야 하는지 물음표로 바뀐다 삶의 기준이 봄바람 닮아 흔들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