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와 정치학자 그리고 통계학자 3명이 사냥을 가서 불행하게도 곰을 만났다. 경제학자가 당황해 총을 쏘았지만 곰 오른쪽으로 1m 정도 빗나갔다. 정치학자가 서둘러 쏜 총알은 곰 왼쪽으로 1m 정도 벗어났다. 그러자 통계학자가 크게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만세! 명중이다!”
좌우로 1m씩 벗어났으니 평균내면 곰을 명중시켰고, 사냥에 나섰던 3명의 학자는 통계적으로 곰의 공격에서 벗어나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는 상상에 맡겨야 할 것이다. 우리가 늘 마주하는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만들어낸 우스개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게 바로 주식투자에서의 수익률이다. 100만원을 투자해서 50만원으로 손해 봤다가 다시 100만원을 회복했을 때 결과는 본전이다. 하지만 평균수익률은 25%에 이른다. 50% 손해 봤다가 100% 수익을 올렸으니 (-50+100)÷2=25%가 되는 것이다. 이것만 얘기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회사가 판매하고 자산운용회사가 주식투자하는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이렇게 계산해서 ‘평균의 함정’에 빠진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펀드를 고를 때는 최근 몇 년 간 평균수익률만 보지 말고, 수익률 등락을 나타내는 표준편차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표준편차가 적을수록 주식투자 수익률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뜻하며 표준편차가 클수록 변동성이 커,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 평균을 볼 때 늘 표준편차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야 낭패 볼 위험을 낮춘다.
평균의 함정/ 如心 홍찬선
평균은 곡두다*
수학에서만, 개념으로만 있는 것인데
괴물처럼 이곳저곳 넘나들며
우리의 얼을 빼앗고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허깨비는 참 앎으로 물리친다
귀신은 귀 얇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
평균을 제대로 알아야
삶을 내 것으로 만든다
* 곡두; 신기루 환영을 뜻하는 순 우리말.
평균의 함정은 1인당 국민소득(GNI)과 물가상승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해 동안 한 나라에서 만들어 낸 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으로, 한국의 2021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168달러(약 4024만원)이었다. 두 자녀를 가진 4인 가구의 연간소득이 1억6096만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주위에 1억6096만원의 소득을 올린 4인 가구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수백억, 수천억 원을 버는 사람과 최저임금에 허덕이는 사람을 모두 ‘평등하게’ 한 명으로 보고 계산해서 나온 가공의 숫자일 뿐, 실제로 존재하는 소득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만간 5%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만에 물가가 급등했다고 아우성이지만, 서민들이 직접 겪는 체감물가는 더욱 많이 올랐다. 물가지수를 계산하는데 생활과 밀접한 식품의 비중이 공산품 비중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다. 삼겹살에 소주나 막걸리 한 잔 마시는 서민들의 즐거움마저 누리기 힘들 정도가 됐다.
절묘한 균형/ 如心 홍찬선
누구에게는 웃음을 안겨 주고
누구에게는 눈물을 쏟게 했던
6.1지방선거 경기도 표심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었다
31개 기초단체장에선
22대 9로 국민의힘이 앞섰으나
경기도지사는 김동연 후보가
9회 말 투아웃 이후 대역전승했다
평균을 무력화시킨 절묘한 균형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겸손 하라는,
선거 때만 떠받드는 척하지 말고
정말로 유권자를 섬기라는 명령이었다
6월1일 치러진 제8기 전국지방선거는 민심(民心)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4년 전에 싹쓸이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했고, 4년 내내 끌려 다녔던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뒀다. 잘 하라고 몰아줬던 승리에 취해, 유권자들보다 자신들의 집단이익을 추구하는 오만에 빠진 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대승한 국민의힘이 잘했다기보다 민주당이 스스로 무너졌다고 하는 게 옳을 정도다.
투표율이 50.9%로 뚝 떨어진데다 광주광역시 투표율이 37.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표율이 낮으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지금까지의 공식과도 달랐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84일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중도층들도 투표에 흥미를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선거도 끝나고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를 챙겨야 할 때다. 민심은 강물처럼 늘 바뀌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코로나로 고통 받고 있는 살림살이가 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치가 펼쳐지기를 요구한다. 이 나라의 주인인 유권자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