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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언라이 인물탐구 <2> 1965년 11월 문화대혁명 불씨가 붙다

 

 

1965년 11월 중국 전역을 10여 년 휩쓴 '무산계급 문화대혁명'의 불씨가 타오른다. 신중국 건국 이래 당과 국가와 인민이 겪은 가장 심각한 후퇴이자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자기파괴의 불길은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가 아니라 저 멀리 상하이에서 시작됐다.

상하이에서의 이 같은 움직임을 류샤오치(刘少奇)나 저우언라이(周恩来) 등 당대 중난하이 지도자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중난하이와 먼 곳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도자들이 정신없이 바빴다.

당시 중국은 대약진운동의 실패 이후 나라살림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류샤오치, 저우언라이, 천이(陈毅) 등 당대 중국 지도자들은 모든 역량을 경제 회복에 집중했다. 자연히 나라살림을 책임진 총리 저우언라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바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가뭄 등 자연재해가 지속돼 저우언라이를 괴롭혔다. 전국 주요 피해지역의 가뭄대책 현황을 점검하느라 아예 베이징을 비우는 날이 더 많았다.

 

농촌일이 마음에 걸려 자리를 비우니,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펑전에게 내게 전화를 하도록 하시오, 그럼 내 언제든 다시 베이징으로 달려오겠소.

 

당시 저우언라이가 류샤오치 등 당 중앙 지도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류샤오치는 당시 국가 주석이었고, 펑전(彭镇)은 베이징시 시장이었다. 저우언라이는 펑전을 대단히 신뢰했다. 류샤오치와 천이 등 지도자들이 해외 순방이라도 나선 상태에서 저우언라이가 베이징을 비우는 때는 당 중앙의 국방과 외교 업무를 펑전에게 일임하도록 했을 정도다. 펑전도 "총리가 계시면 우리들이 좀 편해지죠"라고 저우언라이의 신뢰에 화답했다.

 

 

이런 중앙의 분위기 속에 1965년 11월 운명의 사건이 터진다. 문화대혁명의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이다. 불길은 상하이의 문화계에서 타올랐다. 11월 10일 상하이 원후이바오(文汇报)에 문예극 비판 평론이 게재됐다. 엄청난 내용이었지만, 당 중앙에는 사전에 어떤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평론의 제목은 <신편 역사극 '해서파관(海瑞罷官)'을 평한다>였다. 글을 쓴 이는 훗날 사인방 중 한 명인 야오원위안(姚文元)이었다. 야오원위안은 당시 상하이에서 매서운 글 솜씨로 소문난 인물이었다. 과감하고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든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그가 비판한 해서파관은 당대 베이징시 부시장이자 저명한 역사학자인 우한(吴晗)이 쓴 역사극이다. 요즘으로 치면 실명 제보 수준이다. 야오원위안이 비판할 수 있는 급이 아닌데, 글 게재가 이뤄진 것이다. 

 

해서(海瑞)는 명나라 때 청렴하기로 유명했던 관원이다. 평생 청렴하고 불의를 보고 참지 않았다. 해서가 부임을 하면, 지방 관료들은 모두 사직해 숨고, 지방 백성들은 거리에 나와 환영했다고 한다. 직접 농사를 져 스스로 숙식을 해결하고 평생 남긴 것이 옷 한 벌과 책뿐이었다고 사료는 전한다.  해서파관은 해서가 백성을 위해 황제에게 선정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렸다 파면된 이야기다. 해서파관은 이런 해서의 품격을 본받자는 취지로 쓰인 것이다. 

 

 

본래 '해서를 알려 본받도록 하자'라는 생각은 마오쩌둥(毛泽东)의 머리에서 나왔다. 마오가 직접 우한에게 '해서가 황제를 욕하다'라는 글을 쓰게 했고 이에 당시 중국 각 지역에서 해서와 관련된 문예활동이 빈번해졌던 것이다. 이런 우한의 글을 비판하다니?  

 

야오원위안의 평론은 소문 그대로 매섭고 집요했다. 먼저 해서파관에서 해서가 역사적 인물이라기 보다 우한에 의해 고결한 품격으로 덧칠해진 가짜 해서라고 지적한다. 즉 우한이 전하는 인물 해서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에 이어 극 내용과 관련해 해서가 봉건시대 관료로서 당대 소작인을 위해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당시 농민이 늙어 노동력을 상실하면 배분받았던 토지를 반납하는 '퇴전'제도가 있었는데, 해서는 이 제도를 엄격히 시행하도록 했다. 이 제도가 지주에게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빈농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꼬집는다.


야오원위안은 이어 '해서파관'은 해서가 파면되는 과정에 다른 정치적 함의가 있어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한은 '해서가 백성의 억울함을 대신했다'라고 높이 칭찬했는데, 이는 대약진운동 실패 이후 우파 기회주의자들이 좌파 무산계급 독재를 공격할 때 쓴 수법이라고 야오원위안이 묘하게 연결을 한 것이다.

 

 해서파관은 향기를 내는 꽃이 아니다. 독을 뿜는 독초다.

 

바로 야오원위안의 결론이다. 당시는 극좌 마오쩌둥의 1인 천하 시대였다. 마오쩌둥은 무산계급을 대신해 독재를 하던 인물이다. 그 시대에 "무산계급 독재에 반한다"라는 말은 "반역"과 같은 뜻이었다. 야오원위안의 비판은 한마디로 "해서파관을 쓴 우한은 우파 기회주의로 무산계급 독재에 반하는 독초"라는 비판이었다. 

 

당시 중국은 이미 수차례 숙청바람이 불었었다. 야오원위안의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게 당연했다. 글이 발표되자, 당장 학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중난하이의 당 중앙 지도자들 역시 깜짝 놀랐다. 그러나 아직 이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이는 드물었다. 저우언라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중난하이의 몇 명만은 이 글의 파장이 어떻게 커질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니 커지도록 철저히 기획을 하고 있었다. 사실 야오원위안의 글은 혼자 쓴 게 아니었다. 7개월 전 이미 마오쩌둥의 아내 장칭(江青) 등과 논의해 비밀스럽게 수차례 교정 끝에 완성된 것이었다. 장칭 역시 혼자 나서서 한 일이 아니었다. 더 무서운 인물이 뒤에 있었다. 바로 천하의 주인 마오쩌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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