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칭은 마오쩌둥과 미국인 기자 안나 루이스 스트롱(1885~1970)의 접견을 기회로 공식 석상에 등장한다. 바로 장칭에게 당 중앙이 가했던 20년 속박이 2년 먼저 깨진 것이다. 이제 약법삼장은 유명무실해졌다. 중국 최고 권력자 마오쩌둥의 신변 비서로 장칭은 자연스럽게 이후의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그 기회는 1961년 찾아왔다. 하지만 그때 장칭은 물론 그 누구도 그 기회가 중국 전역을 피바람 속에 몰아넣는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칭의 모습은 그가 직접 쓴 시에서 표현했듯 '구름 속에 갇힌 산봉우리'였다.
江上有奇峰, 锁在云雾中
jiāng shàng yǒu qí fēng , suǒ zài yún wù zhōng
寻常看不见, 偶尔露峥嵘
xún cháng kàn bú jiàn , ǒu ěr lù zhēng róng
저 강물 위 기암괴석의 봉우리
구름 속에 갇혀 있네.
평소 잘 보이지 않지만,
가끔 그 위엄을 드러낸다네.
여기서 강(江)은 장칭(江青)의 강을 의미한다고 봤다. 봉우리는 스스로의 존엄이다. 장은 스스로 높은 존엄을 갖췄지만, 구름에 갇혀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름은 약법삼장의 제약을 가한 당 중앙 원로들이다. 시 한 수에서 장칭의 원한을 알 수 있다.
장칭은 이 시를 당대 문예 관련 부처와 잡지사 등에 보내 정식을 등단하려 한다. 하지만 역시 아직 때가 아니었다. 장칭의 존엄을 짙은 구름이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장칭의 시를 게재하기를 거절한다. 장칭의 뜻이 또 한번 꺾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장칭은 실망하지 않았다. 한 계단 한 계단 자신이 뜻한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1961년 장칭은 마오쩌둥과 베이징에서 '해서파관(海瑞罷官)' 경극을 본다. 장칭은 해서파관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한다. 장칭은 바로 신화통신, 런민르바오(人民日报) 등의 선전 담당자들을 찾아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마오쩌둥이 해서파관을 칭찬했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모두가 장칭의 청을 거절했다.
장칭이 문제를 풀 힘을 찾은 곳은 바로 상하이였다. 속수무책이던 장칭은 1965년 상하이 당 제1서기 커칭스(柯庆施)의 지지를 얻어낸다. 물론 장칭이 그렇게 쉽게 커칭스의 지지를 얻어낸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장칭이 1961년에서 1965년 사이에 손놓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문예는 무산계급 공산 혁명에 기여해야 한다는 자신의 이념을 다른 방법을 통해 관철시켰다. 훙등지(红灯记) 등 5개의 경극과 훙써냥쯔쥔(红色娘子军) 등 2개의 발레극, 1개의 교향극 등 여러 개 작품의 기획에 참여해 자신의 이념을 무대 위에서 구현시켜나갔다.
장칭이 기획한 작품들이 모두 성공했고, 그 공으로 1964년 제3기 전인대 인민대표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의 모든 공적 직무는 전인대 대표 신분을 유지해야 가능한 것이다. 장칭이 드디어 중국 정치무대에 공식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약법삼장의 모든 결계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1965년 드디어 해서파관에 대한 비판이 시작된다. 야오원위안(姚文元)이 8개월가량의 준비 끝에 해서파관 비판의 선봉에 선다. 이후는 앞서 이야기한 대목이다. 하나 빠진 게 장칭이 린뱌오(林彪)와 함께 문화대혁명을 군에서 먼저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장칭은 1966년 1월 쑤저우로 가 린뱌오를 만난다. 해서파관으로 인해 발생한 정치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린뱌오의 지지를 이끌어낸다. 린뱌오의 지지로 장칭은 상하이에서 군대 정치공작회의를 개최한다. 장칭은 여기에서 군부대 내 문예 활동에 대한 좌담회를 연다. 이 좌담회에서 이른바 무산계급의 정치투쟁을 위한 문예활동에 대한 새로운 강령이 만들어진다.
훗날 중국 공산당사는 이를 신중국 건국 이래 17년간 진행된 당의 문예 사업 전부를 부정하는 행위였다고 평가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대혁명이 곧바로 성공할 수 있었던 실제 이유다. 군의 발 빠른 지지, 바로 장칭은 그것을 얻어낸 것이다. 이제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의 당 중앙 간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차례가 됐다. 중난하이에 피바람을 일으킬 태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