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舉杯邀明月,對影成三人”
(거배요명월, 대영성삼인)
“술 잔 들어
달 부르니,
그림자까지
셋이 됐네”
요정의 나라는
어린이 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순수한 사람라면
누구에게든 있다.
요정을 부르는 마법도
동화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현실 속
술 한 잔은 요정의 세계로 가는 마법이 된다.
이백의 시다.
가장 유명한 시다. 한 번도 못 들어본 이는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이는 없다는 시다.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다.
‘달 빛 아래 혼술’이다. 혼자 마시는 술이다.
본래 동양에선 ‘독작’(獨酌)이라 했다.
혼자 마시는 술은
외로워 마시는 술이다.
처량한 술이다.
혼자 취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추태를 부리기 일쑤다.
그래서 외로워
마시는 술은
사람을 더 외롭게 한다.
이런 외로움을 시인
이백은 요정의 시공 속으로 가는
마법으로 풀어낸다.
소개한 구절은 바로
꽃밭이 요정의 마법 세계로 변하는
주문이다.
술잔을 들어
달에게
이 주문을 외우면
달의 요정이
화답을 하고,
그림자가 살아 움직인다.
다시 이백의 월하독작이
살아 움직인다.
“꽃 속에 따른 한잔 술
홀로면 어떠랴,
저 달, 내 그림자 있는데
술 잔 들어
달 서생과 건배하고
술 잔 내려
그림자와 건배하면
나 혼자가
어느새
우리 셋이 된다네.
술잔만 부딪치는
달 서생.
나랑 그림자만 취했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림자 나를
따라 춤추고”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舉杯邀明月(거배요명월),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月既不解飲(월기불해음),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맑고 담백하며
순수한 시어들은
독자를 마법 속으로
끌어 들인다.
하지만 신데렐라 동화처럼
모든 마법은
시간의 한계가 있는 법,
월하독작의 마법은
새벽 해다.
여명과 함께 마법은
조금씩 그 마력을 잃어간다.
“어느새 봄밤 새고
웃음도 지치는데
그림자야
이젠 그만
저 달이랑 놀으렴.
새벽 여명
밝아오니
술기운 가시고
취해 즐거웠던
달 친구
그림잔 어딜 갔나?
무심한 저 하늘
은하수 저편에서
우리 다시 볼까.”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我舞影零亂(아무영령란)。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결국 마법이 끝이 났다.
시인은 아쉽기만 하다.
빈 잔을 들고 묻는다.
“친구들아, 우리 언제 다시 만날까?”
마치 달과 그림자가
저 멀리서
웃는 듯싶다.
마지막 싯구는
마치 달과 그림자의 답과 같다.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영결무정유, 상기막운한)
“저 무심한 하늘엔
또 밤이 오고
은하수 뜨겠지.
그럼 그 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