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어느 생물이 혼자 살 수 있더냐?
햇볕없이 수분 없이
피는 꽃이 있더냐?
어느 식물이
양분 없이 자라며
어느 동물이
먹지 않고 살던가?
세상에 홀로 사는 생물은 없다.
먹이가 있어야 살고,
내가 먹이가 돼야 또 다른 생물을 살린다.
그게 자연이요,
그게 '우리'다.
'우리'는 무엇인가?
'나와 너'
우리 속 나는 언제나 하나지만,
우리 속 너는 둘도 셋도
백도 천도 만도 된다.
우리는 항상 홀로인 나와
복수인 너로
구성되는 것이다.
'나 + 너 + 너 + 너 …'
바로 우리의 산식이다.
약식으로 표현하면
우리는
'나 + 너희들'이다.
여기서 나를 빼면
'너희들'만 남는다.
너희는 우리의 상대어다.
우리가 너희가 되는 것은
우리에서 '나'를 뺐을 때다.
우리에서 '너희'를 뺀 것이 아니라,
우리에서 '나'를 뺄 때
나는 너희와 다른 '내'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 '나 홀로' 사는 게 있더냐?
내가 있어 너가 살고,
너가 있어 내가 사는 게
바로 우리다.
'나 홀로'가 아니라
우리만이
생명을 유지하는 '합'이요, 자연인 것이다.
우리 속
내가 너를 위해 살고,
우리 속
네가 나를 위해 살 때
우리는
생명을 잇는다.
서로가
변(變)을 초래하고
화(化)를 일궈간다.
바로
'만물병작'(萬物竝作: 만물이 함께 작용한다)의 도리다.
우리 속의
내가 너의 뿌리요
우리 속의
너가 나의 뿌리인 것이다.
우리 속 너와 내가
서로에게 양분이 될 때
우리는 번성하고
우리는 이어지며 되풀이 된다.
이 윤회는
우리가 존재하는 한
항상
그렇게 이어진다.
이 반복을 상(常)이라 하는 이유다.
내가 나를 버려
'너'를 위해
양분이 될 때
또 너가 너를 버려
나를 위한
양분이 될 때
우리는 더욱 번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 도리를 알면
내가 '나'에 집착하지 않으며
나에 칩착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욱 견고해지며,
우리 속 너는 물론이요
우리 속 '나'도 더욱 강인해진다.
바로
'몰신불태'(沒身不殆; 몸이 없어도 위태롭지 않다)의 경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