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정의롭다 누가 그랬나,
힘없으면 피곤한 게 인생인데”
“孰云网恢恢,将老身反累。”(수운망회회, 장로신반루)
세상사 참 묘하다.
모두가 ‘사필귀정’이라는 데, 정작 누구도 그 결과를 본 이는 없다.
오히려
반대다 살아서
항상
못된 놈들이 이기는 것만 본다.
그런데
참 묘한 게
지나고 나면 ‘맞다’ 싶은 것도 사필귀정이다.
“세상은 바르다.”
맞는 듯 틀리고
틀리는 듯 맞다.
2000년 두보의 한탄이다. 싯구는 두보의 ‘이백을 꿈꾸며’ 2수 중 두 번째 시다. 같이 시로써 세상을 노래하던 지기 이백이 꿈에 자주 보인다는 게 집필 동기다. 저 멀리 귀향살이를 간 이가 꿈에 보이는 데 창백한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역력하다.
놀라 깨어나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아련히 떠오르는 친구의 얼굴, 가슴 저편에 아련한 아픔이 퍼진다.
‘망회회’는 하늘의 도다. 노자의 말이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그 그물을 벗어나는 존재란 없다는 뜻이다. 도는 천지창조의 원리다. 만물을 지배하는 도리다.
‘망회회’는 하늘의 도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2000년 전 두보가 한탄했고,
오늘날 필자도 한탄을 한다.
‘누가 하늘의 도가 살아 있다 했는가?’, ‘세상에 언제 도가 성하긴 했었나?’
시는 이런 한탄에서 씨앗을 잉태한다.
나의 체념 끝에
너의 낙담 끝에 남는 것이다.
그 것은
오직 나만은
오직 너만은
그래도
풍진 세상에 남아
살아 있는 도(道)를 보길
기원하는 마음이다.
말 그대로
“但愿人长久”(단원인창구: 오직 그대여 영원하길!)
의 마음이다.
그 시작은 안타까움이다.
“저 하늘 구름
오늘도 종일
흘러가는 데
구름 따라 간
그 나그네는
소식도 없네.”
“浮云终日行,游子久不至。”(부운종일행, 유자구부지)
그런데 그 소식 없던 나그네가
꿈에 나타난다.
하루 꿈도 아니고 며칠 꿈에 나그네 얼굴이 보인다.
“쫓기듯 떠난 그대
어찌 쉽게 오려만”
“告归常局促,苦道来不易。”(고귀상국촉, 고도래불이)
꿈에 이리 자주 보이는 건,
혹 그대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꿈속의 그대는
여전히 멋지기는 하지만
얼굴은 초췌하기만 하네
그리고 놀라 깬 두보의 입에서
절로 나오는 게
저 한탄의 구절이다.
“아 누가 하늘의 도가 있다 했나?”
다시 한탄이 이어진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들 뭘 하나,
남는 건 외롭고 병든 몸뿐인데.”
“千秋万岁名,寂寞身后事。”(천추만세명, 적막신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