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폭락’이냐, ‘재도약’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쉽게도 가능성에서 전자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이 경우 중국은 어느 상황보다 충격에 빠질 수 있어 우려된다. 경제적보다 정치적 충격이 클 수 있어 우려가 더 크다.
중국 일반 가계 자산의 60% 이상이 부동산 자산이다. 부동산 가격의 폭락은 중국 가계 자산 규모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성세는 ‘중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는 데 그 토대가 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이 같은 ‘중국식 부유’의 가장 주요한 동력이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들 주요 도시민들은 순식간에 국제 사회 중상층 반열에 들었던 것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이런 점에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과 대단히 유사한 성격을 보여준다. 생활의 필수 요소이면서 가계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가장 경제적이면서 가장 정치적이라는 이중적 성격이다.
1.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중국 부동산 정보 업체 커얼루이(克而瑞)부동산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9개 중점 도시의 주택 거래 면적은 작년 동기와 전월 대비 각각 46%, 37% 감소했다. 이 가운데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를 일컫는 4대 '1선 도시'의 주택 거래 면적도 작년 동기와 전월 대비 각각 38%, 21% 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연합뉴스가 전한 중국 소식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 2월 1일 발표됐고, 현지 매체들은 4일 관련 뉴스를 전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연속해서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대규모 자금을 푼 뒤에 이어진 현상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는데도 부동산 시장이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유일하게 다른 곳이 상하이였다. 상하이 부동산 시장은 지난 1월 한 달간 130만㎡ 거래가 이뤄져 전월대비 43%가 늘었다. 이는 지난해 2월이래 최대 규모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이른바 4대 도시 부동산 총 거래규모가 줄었다니, 상하이를 뺀 베이징 등 3대 도시의 감소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커얼루이부동산연구센터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올 한 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거래 규모만 줄어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경제연구소 중즈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월 100대 도시의 1㎡ 당 평균 거래 가격은 1.6만 위안이었다. 이는 전월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하락세를 3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같은 하락세는 분양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의 하락은 자연스럽게 신규 공급도 막고 있다. 어느 업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나서려 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은 개발을 위한 토지 확보가 경매를 통해 이뤄진다. 토지 국유제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 토지 경매시장에서 최근 유찰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커얼루이부동산연구센터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선전, 쑤저우, 닝보, 우시 등 도시의 1월 경매에서 호가 상승비인 프리미엄 비율이 사상 최저치인 23%로 떨어졌다. 유찰비율도 21%로 늘었다.
2. 하락 이유만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급랭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하락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낮춰 돈을 풀고, 지방정부들은 적극적인 육성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우려를 더한다. 인민은행의 노력 덕에 지난 1월 당국이 관리 중인 주요 103개 도시의 부동산 대출이자는 연 5.56%로 8bp 정도 떨어진 상황이다.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안후이성은 부동산 거래를 위한 첫 인도금 비중을 줄여줬고 난닝, 바오딩 등의 18개 도시들은 심지어 호적 제도를 완화했고 주택구매채권 매입 비중도 줄여 타 지역 주민들의 주택구매 여지를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 오기 전 먹구름이 짙다’는 말처럼 중국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하락세를 이어갈 조짐이다.
이 같은 하락 조짐에 대해 지난 4일자 자유아시아방송의 중문 뉴스에서 인용한 한 부동산 전문가의 분석이 눈에 띈다. “이미 주택 값이 오를대로 올랐다. 그동안 부동산 개발이 몰리면서 공급도 충분한 상황이다. 경제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 정책까지 시장 규제와 완화를 오가며 혼란스럽다. 실수요자들도 가격 하락을 기다리는 꼴이 됐다.”
간단히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꼭지점이라 실수요자들도 값이 떨어지기만 기다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급등 상황에서 갑자기 규제를 강화했다 갑자기 완화로 회귀한 당국 정책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뭔가 한국 부동산 상황을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3. 중국 부동산은 꼭지점?
지난 2021년 중국 부동산 산업의 성장은 지속됐다. 즉 성장의 천정을 맞닿았다고 해도 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지난 2021년 중국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 규모는 총 14조7602억 위안에 달했다. 한화로 약 2780조 원가량의 거액이다. 전년대비 6159억 위안, 4.35%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중 주택개발 투자액은 11조1173억 위안이었다. 이는 중국 전체의 부동산 개발 투자에서 75.32%에 달한다. 전년보다 1.48% 늘었다. 그만큼 지난해 한국과 달리 중국은 부동산 시장의 주택 공급이 충분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택지개발 면적에서 보면 2021년의 경우 지난 2015년이래 처음으로 감소로 전환한다. 2021년 택지 개발 면적은 19억8895만㎡로 전년 보다 2억5538만㎡가 줄었다.
다만 이 같은 택지 개발 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택 시공 면적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2021년 주택 시공면적은 97억5387만㎡로 전년보다 5.25% 늘었다. 즉 택지개발 면적은 줄었어도 주택 공급은 여전히 증가했다는 의미다.
수치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성장을 유지했지만 그 동력은 크게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부동산 하락은 중국 가계 자산에 직격탄이 된다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중국 가계 자산은 70%가 부동산이다.
부동산 시장의 폭락은 중국 가계 자산의 하락을 불러오고 ‘소비하락 →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중국 경제 전반에 쓰나미 같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