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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25 - 최저임금에서 상생임금으로

기업과 노동자의 영원한 불만 평행선

 

박수는 터져 나오지 않았다. 분위기는 한여름 밤의 한겨울이었다. 한쪽은 퇴장했고 다른 한쪽은 기권했다. 대립하는 양쪽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인 공익위원이 법대로 표결에 붙여 결정했다. 더 많이 올리자는 노동자 대표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모두 죽는다며 조금 올리자는 사용자 대표를 진정성 있게 설득하기보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방망이를 두드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월29일 밤 전체회의를 열어 2023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했다. 2022년의 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수준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약속한 ‘임기 내 1만원’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지만, 2017년 6470원보다는 46.68% 오른 수준이다.

 

 

노동계와 사용자측은 모두 즉각 반발했다. 노동계는 소비자물가가 6%나 올랐고 짜장면, 김치찌개 등 생활물가는 더 오른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5% 올린 것은 사실상 삭감이라고 주장했다. 사용자 측은 식자재 공공요금 최저임금 인상의 3중고로 짓눌리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5.0% 인상안도 납득할 기준이 아니라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란 비판이 제기됐다. 공익위원들은 작년처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및 한국개발연구원 등 3개 기관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평균인 2.7%와 4.5%를 더하고, 취엄자증가율 전망치 평균인 2.2%를 빼서 정했다고 했다. 이는 법에서는 규정하고 있는 최저임금 기준,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최저임금과 상생임금/ 如心 홍찬선

 

말이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은 행동을 좌우한다

 

최저는 가장 낮다는 것이고

상생은 서로 살린다는 것

 

최저임금을 놓고 삿대질하지 말고

상생임금으로 두 손을 맞잡아 보자

 

임금은 비용만이 아니라

임금은 유효수요도 된다

 

노동자가 살아야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행복하듯

 

임금이 비용이라는

경제학 이론은 바뀌어야 한다

 

 

‘5월의 하느님 노릇 하기 힘들다’는 속담이 있다. 모내기를 준비하는 농부는 단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하고, 나들이 가는 연인들은 화창한 날씨를 바라며, 누에에게 줄 뽕잎 따는 사람들은 구름만 낀 선선한 바람이 불어달라고 하니, 그 모든 기도를 받아주는 것은 전지전능한 하느님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난처한 상황을 비유한 말이다.

요즘 한국 경제는 ‘5월의 하느님’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물가는 날마다 뜀 뛰기를 하고, 금리를 인상하자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도 올라간다(원화가치 하락). 최저임금을 최소한 물가상승률만큼은 올려야 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노동자의 주장도 일리가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불경기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5.0%나 올리면 죽으라는 얘기냐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하소연도 무시할 수 없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것처럼 등나무 덩굴처럼 얽힌 경제사회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할 정책 수단이 없으니 모두가 답답한 현실이다.

노동계는 여름 투쟁인 하투(夏鬪)를 강화하겠다며 실력행사에 나서고,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성명서를 발표한다. 연일 폭염 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무더운 여름이 더욱 숨 막히는 형국이다.

 

 

부다익과 칭물평시/ 如心 홍찬선

 

경제는

나라를 다스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

 

정치는

갈등을 조화롭게 풀어 모두가 함께 잘 살게 하는 것

 

정치경제는

많은 것을 덜어 모자라는 곳에 보태고

모든 것을 저울에 재 골고루 나누는 것

 

노동자와 사용자가 모두 불만을 터뜨리는 데

법대로 했으니 아무 문제 없다며

다시 또 법대로 하겠다는 건

경제 정치 정치경제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것

 

지금 우리가 살기 힘든 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고르게 펴지지 않았기 때문

 

마음을 열어 공감하고 양보하면

피 터지게 싸우지 않고도 웃으며 살 수 있는 것

 

 

 

진정한 명의(名醫)는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힘쓰고, 일단 발병하면 고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기 전에 치료하도록 노력한다. 아픈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같이 아파해주면서도 희망을 주어 병과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어넣어 준다. 의사가 병을 치료하는 게 사실이지만, 환자가 병을 이기는 게 더 중요할 때도 많다.

참된 정치가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처럼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 대해선 사전에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고,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이해당사자들을 진정성 있게 설득함으로써 만족하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다수결의 참된 의미는 그런 협의 과정을 보장한다는 데 있다.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을 때 국민들은 힘들어진다. 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고 한눈 파는 경영자가 있는 기업이 뒷걸음질 치고 임직원들이 고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2022년 여름이 그 어느 때보다 숨 막힐 정도로 더운 것은 기후변화로 35℃까지 치솟은 온도 때문만은 아니다. 말로만 민생을 떠들지 말고, 민생의 현장에서 어떤 목소리가 있는지 진정으로 듣고,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는 노력과 신뢰가 있어야 얽히고설킨 갈등을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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