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숫자에 대한 생각이다. 삶에 대한 자세다. 고개가 갸웃거린다. 숫자와 삶이라니? 한자와 그리스 숫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한자는 동양 사상의 대표이고, 그리스는 서양 사상의 대표다 一, 二, 三 동양의 숫자다. Ⅰ, Ⅱ, Ⅲ 그리스의 숫자다. 동양의 숫자는 쌓여가고, 그리스의 숫자는 나열된다. 쌓여가는 것과 나열되는 것 바로 동서양의 차이다. 삶과 숫자는 무슨 관계일까? 삶은 간단히 숫자를 세는 일이다. 시간을 세고, 하루를 세고 계절을 세고 한해를 센다. 동양의 숫자는 그런데 쌓여가고 서양의 숫자는 나열된다. 동양의 삶은 쌓여서 세고 서양의 삶은 나열돼 세는 것이다. 쌓여가는 것은 지난 수 없이 새로운 수가 없다. 쌓지 않고는, 일이 없으면, 이가 없는 것이다. 서양의 숫자는 이 점에서 차이가 난다. 앞 수와 이어지는 새 수의 관계가 느슨하다. 아래 없이 위가 없는, 쌓여가는 동양의 숫자와 차이가 있다. 지난 순간 없이 새로운 순간이 없는 게 동양 삶의 자세다. 그래서 동양은 깊이 높게 쌓인 것들에 맨 아래 수에, 조상에 각별하다. 그래서 동양의 시인은 묻는다. 청산이여, 그댄 몇 번이나 이 석양을 세었는가? 靑山, 幾渡夕
무엇이 세계를 만들었을까?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한자는 만물을 담은 글자다. 또 만물에 인간의 생각을 투영한 글자다. 상형자를 기본으로 발달한 한자야말로, 플라톤이 만든 이데아(본질)와 티마이오소(이데아의 모조) 관계 설정에 딱 어울린다. 한자는 이데아요, 티마이오소다. 둘 사이의 관계인 미메시스(모방)다. 한자는 사물의 모방에서 시작해 거꾸로 인간의 생각을 사물에 투영해내고 있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무엇일까? 원천이요, 근원이다. 본래 점이지만, 한자는 좀 입체적이다. 점들의 모임, 연결된 하나, 바로 선이다. 수렴선이요, 기준이다. 한자의 일(一)이다. 일은 통계의 수렴선이다. 기준은 사물을 대표하는 것이며, 수렴되는 변화들의 집합이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다. 공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일(一)이다. 만물을 관통하는 하나의 선, 그것은 위치도, 변화의 모양도 다를 수 있지만 모두가 하나의 선일뿐이다. 5000년 전의 갑골문에서 오늘날까지 일(一)자는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기준, 아니 수렴선이기 때문이다. 만물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일이 수렴선이요, 기준인 것은 인간의 한계 탓이다. 수렴선은 산포된 점들이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요, 그
지(志), 마음에 놓인 선비라는 뜻이다. 마음에 선비를 품는다. 다른 게 아니라 뜻이다. 의(意)요, 지(志)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리요, 내 마음 속 선비다. 본래 선비란 무엇인가? 조선에서 ‘선비’라 했지, 본래는 그냥 ‘사’(士)다. 사실 선비의 사는 상형자다. 도끼의 모습이다. 본래 임금 왕(王)과 같이 쓰이기도 했다. 임금의 도끼가 더 크고 사의 도끼는 적다. 임금을 뜻하는 도끼 위에 한 획을 더하면서 글자의 차이가 생긴다. 사는 고대 가장 지위가 낮은 귀족이었다. 고대 형을 집행하는 관료를 의미했다. 문과 무를 관장해 전쟁을 치르는 계급이기도 했다. 춘추시대까지는 이 사 계급만이 전쟁에 나가 싸울 수 있었다. 전국시대에 들면서 사 계급 아래 병졸이 생기는 전면전 시대가 됐다. 유럽으로 치면 기사 계급이었던 셈이다. 그냥 마음이 아니라, 형벌을 행하는 마음. 바로 지(志)인 것이다. 반드시 지키고 지키지 않으면 스스로를 벌하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설문해자 해석은 좀 다르다. 갑골문자는 청나라 말기 발견됐다. 갑골문자에 대한 연구로 한자의 고대 의미들이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많은 문헌의 의미도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설문해자는 당대 한자에
'우리'는 나와 너의 조화다. 나만 있어도, 너만 있어도 '우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너와 나의 조합은 '너희'다. 결국 우리가 너희이며, 너희가 바로 우리다. 동양 고전에 큰 줄기를 형성하는 사물의 이치다. 철학적으로는 주역의 "음(陰) 속에 양(陽)이 있고, 양 속에 음이 있다"는 이치이며, 불가의 '색즉시공'(色卽是空) 사상에서도 보인다. 생활 속의 모두가 동포요, 친구라는 '사해주의'(四海主意)다. 서양에서는 19세기말 겨우 인간의 무의식에 관심을 갖으며 등장한다. 칼 융의 아니무스(여성의 남성적 무의식)와 아니마(남성의 여성적 무의식)과 비슷하다. ‘우리가 바로 너희다.’ 바로 역(易)의 사상이다. 갑골문에서 역은 내 술잔의 술을 네게 나눠주는 모양의 글자다. 예수의 포도주다. 내가 네게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예수는 포도주와 빵을 영과 육에 비유하기도 했다. 역의 자형에 대해서 주물하는 모양이라 설명하는 이도 있고, 위 태양과 아래 태음이 서로 뒤바뀌는 모습이라 설명하는 이도 있다. 갑골문에서 발달하는 글자들은 역(易)이 처음 같은 두 그릇 가운데 한 곳에 담긴 액체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모습이었다가 조금씩 한 그릇에서 옮겨지는 모습만 남은
마음속에 뭔가가 떠나지 않는다. 뭔가 가슴에 남아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지는 않는가? 마치 가시처럼 찌르지 않는가? 념(念)이다. 념은 지금(今)의 마음(心)이다. 마음의 지금이다.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마음속에 항상 ‘지금’처럼 머물고 떠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념이다. 념은 그래서 집요하다. 집념(執念)이 그렇다. 사전적으로 념은 “한 가지 일에 매달려 마음을 쏟음. 또는 그 마음이나 생각”이라는 뜻이다. 념은 그래서 ‘읽다’는 뜻보다 ‘외우다’는 뜻이 강하다. 마음에 새긴다는 의미다. 념은 항상 내 마음에 지금처럼 머무는 것이다. 금(今)은 본래 그 의미가 심장한, 무서운 말이다. 본래 금은 짧을수록 편하다. 지금(只今)이란 말이 ‘방금’이라는 뜻인 이유다. 한자 금은 상형자다. 입에 물건을 물고 있는 모습이다.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 있으면 이를 악물게 된다. 이를 악물고 있는 것이 ‘지금’의 ‘금’이다. 이게 음식인지, 독인지는 아직 모른다. 삼켜야 아는 데 입에 물고만 있는 게 지금의 금이다. 바로 한 순간이라는 뜻이 그래서 나왔다. 그런 금이 마음에 닿아 있다. 그게 념이다. 마음에서 입 밖으로 나가야하는 것인지, 마음속에 그저 담
조화(調和)로운 사회는 동양이 꿈꿔온 최상의 인간 사회다. 그런데 정작 조화가 무엇인지 아는 이 드물다. 너무 곳곳에 널려 있어 그런지 모른다. 동양의 모두가 추구했던 조화는 우리 주변의 돌덩이다. 바로 자연(自然)이다. 한자로 자연은 스스로 혹 나 자(自)에 그럴 연(然)이 합쳐진 단어다. 한마디로 ‘나 같은’, 혹 ‘나인 나’란 의미다. 가장 나인 존재가 바로 자연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나인 상태로 있는 게 자연이고, 넓게는 모든 만물이 가장 스스로인 상태가 바로 자연이다. 결국 자연은 ‘만물이 스스로 자신으로 존재하는 상태’다. 사물이 균형을 찾은 가장 편한 상태다. 그게 물리(物理)다. 사물의 이치다. 자연이란 세상 만물이 가장 편한 상태다. 다시 자연을 보라. 그 속의 ‘나’들은 ‘너’와 함께 ‘우리’를 만든다. 너라는 존재가 있어야 우리가 되는 것이다. 바로 자연은 나와 너가 우리로 존재하는 공간이다. 자연 속의 ‘가장 나인 나’의 존재는 ‘나’와 ‘나’ 사이의 평형, 서로 끌어당기되 부딪치지 않고, 서로 밀어주되 서로 버리지 않는 ‘우리’라는 관계로 존재한다. 자연이 바로 조화(調和)요, 평형(平衡), 균형(均衡) 상태의 구현이다. 세상
상하이의 해외 유학생 수가 기존 6만명대에서 약 4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글로벌타임스는 12일(현지시각) 상하이로의 해외 유학생 수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 학위취득을 위한 유학생 뿐만 아니라 어학연수 등으로 상하이에 거주 중인 유학생의 수가 3만 8000명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이 해외 유학생의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인으로 가장 먼저 손꼽은 원인은, 코로나19의 영향이다. 황 메이슈 상하이 시교육위원외의 국제교류처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유학인원의 감소는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불리한 여건 이라면서, 특히 단기 어학연수를 계획했던 유학생들의 경우는 코로나19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는, 중국유학을 포기시키거나 연기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상하이는 그공안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 해외 유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어왔다. 그동안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에서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은 2만4000명에 달했다. 중국 전체 해외 유학생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황 교류처장은 많은 학교들이 현재 다양한 대책을 모색 중이고, 특히 시차적응과 온라인 수업 등
중국이 25일(현지시간) 중앙은행 간 협력을 위한 국제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전 세계 유통 방법, 정보 교류, 감시 등에 대한 국제 규칙을 제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 산하 디지털화폐연구소의 무창춘(穆長春) 소장은 BIS 세미나에서 "정보와 자금의 흐름이 동기화돼야 거래 감시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면서 이런 제안을 했다. 그는 이미 다른 중앙은행이나 통화당국과 이런 내용을 공유했다면서 "우리는 블록체인처럼 분산원장기술(DLT)이나 다른 기술로 뒷받침하는 외환 플랫폼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또 "국제통화 시스템의 안정과 건강한 발전을 뒷받침하려면 전 세계 중앙은행에 의해 적정한 공급이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적인 규칙"이라고 말했다. CBDC는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이지만 중앙은행이 법정 통화처럼 발행하는 것으로, 중국은 세계 최초로 이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미 여러 차례 디지털 위안화 사용 시험을 벌여왔다.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의 이런 움직임은 "달러화가 지배하는 국제 금융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국제
대만인 대다수가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국가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전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주요 현안에 관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월 19∼23일 성인 1천7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4.9%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천명한 '92합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92합의에 동의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14.6%에 그쳤다. 92합의는 중국과 대만이 당국의 승인 속에서 이뤄진 민간 조직 간 접촉을 통해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전제하에 양안 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도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대만은 국공내전 이후 장기간 이어진 군사적 긴장을 크게 완화하고 경제와 인적 교류를 비약적으로 향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2016년 이후 중국이 대만과 공식적 관계를 끊고 군사·외교·경제 등 다방면에 걸친 압박을 강화하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크게 악화했다. 특히 2020년 이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중국 공군기들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진입으로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만 당국이 중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양산 능력을 공개했다. 26일 연합보와 빈과일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국책 방산연구소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 렁진쉬(冷金緒) 부원장은 전날 입법원(국회)에 출석해 "NCSIST가 자체 연구 개발한 지상 발사형 장거리 미사일이 양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3건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며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 생산 역량을 과시했다. 다만 지상 발사형 장거리 미사일의 사거리 등에 대해서는 기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대만 당국이 장거리 미사일의 연구개발과 양산 역량을 공개리에 과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 부장(장관)도 전날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대만의 장거리 미사일 타격 능력을 집중 부각했다. 추 부장은 그러면서 "장거리 타격은 무기 획득 사업의 주요 사항 중 하나"라며 대만군은 정확성과 기동성을 갖추고 장거리 타격 능력을 보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