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일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미 선거’ 관련, 강한 여론 통제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한반도 불안 이슈 역시 중 당국이 강하게 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자유아시아방송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관영 매체들의 움직임이 더욱 관련 보도에 갈수록 신중해지고 있다. 미국 대선 관련 이슈에 중국 관영매체들이 신중한 것뿐 아니라, SNS 등 플랫폼에서의 토론 역시 강한 통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대선의 양면에 베팅하고 있어 외부 세계에서 특정 후보를 선호하는 것으로 들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매체들의 이 같은 반응은 최근 불거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태도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대해 중국 당국은 자체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 역시 미국 정세 변화를 지켜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중국 관영매체은 한반도 긴장관련 자체 취재와 분석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 당국의 발표는 무시하고 북한의 공식 발표와 일정만 보도하는 상태다. 틱톡, 웨이보 등 중국 유명 SNS 여론장에서 한반도 긴장 관련 이슈들은 검색이 제한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 대선과 관련, 최대한 경과 위주의 사실 보도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정 후보와 연관된 언급을 삼가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미 대선관련 중국 관영 매체들의 뉴스가 주로 부정적인 것들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 4일 중국 CCTV는 ‘왜 슈퍼리치들이 미국 대선에 억만금의 현금을 태우며 참여하는 것인가?’, ‘역사 최대 선거비용? 미국 대선 이미 147억 달러 선거비용 쓰였다.’ 등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물론 이 기사들 역시 중국 관영매체들이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블룸버그 기사를 인용한 것이다.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미 대선 두 후보의 침 튀기는 비방전에 유권자들의 신뢰가 멍들고 있다’는 제목으로 한 컷의 그림 만평을 게재했다.
신화통신은 3일자로 ‘미 대선 최후 격돌 양당이 3개 주 선거인 확보에 사활을 걸다’, ‘뒤흔들리는 러스트밸트를 통해 본 미 정치의 극단’ 등 2개의 기사를 통해 미국 대선이 지나치게 정치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고 ‘양당제’를 비판했다.
중국 최대 권위지인 인민망은 국제면 지난 1일 ‘시끄럽고 시끄럽고 시끄러울 뿐이다’는 기사를 통해 한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의 진정한 수요는 등한시하는 양당정치라고 꼬집었다.
중국 여론 분석 전문가인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저먼마샬펀드(German Marshall Fund)의 수석 연구원 브래트 쉐퍼(Bret Schafer)는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 중국어 서비스와 인터뷰에서 “이는 지난 몇 번의 선거와 일치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국영 언론 보도를 통해 어떤 수준에서든 편견이 있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보이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선거 전에는 중국에서 많은 뉴스를 찾을 수 없다”며 “특히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부정확하다고 분류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쉐퍼는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의 미 대선에 즈음해 나온 미국 관련 보도를 보면, 중국의 태도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사례로 ‘강력범죄가 왜 이렇게 급증하는가?’, ‘미국 대선은 자주 반전이 나온다’, ‘설문조사를 통해 미국 유권자들은 선거에 대해 매우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유권자의 거의 80%가 폭력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두 개로 분열되고 있다.’, ‘미국 선거 앞두고 총기 판매 급증’ 등을 꼽았다.
쉐퍼는 이 같은 기사들은 중국 당국이 미국의 양당 정치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중국의 일당독재가 더 낫다는 것을 은연중 암시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중국 당국의 태도는 항상 일관돼 왔다고 분석했다.
즉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정치제도를 비판하지만, 그 가운데 중국 당국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인상이나, 느낌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미 대선에 대한 관심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중 해커들이 미 대선의 두 후보 진영 인사들의 스마트폰을 해킹하려 했다’는 기사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당시 중국은 관련 보도를 즉시 부인했지만, 미국 사법당국은 해킹 사실을 확인했고, 피해가 우려되는 이들에게 해킹 피해 통지를 보낸 상태다.
쉐퍼는 중국 당국이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보다 예측 가능한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희망한다고 믿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 중국어서비스는 전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웨이보의 전 검열관인 류리펑은 자유아시아방송 중국어서비스에 “만약 중국 관영매체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밝혔다면 많은 네티즌들이 잇따라 지지를 밝혔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중국 관영매체 어느 곳도 이 같은 암시조차 없다. 그러니 중 네티즌들 역시 어떤 반응도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저 관영매체들의 눈치만 살필 뿐이다”고 말했다.
류리펑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는 ‘트럼프 지지’ 혹 ‘해리스 지지’, ‘바이든 지지’ 등의 단어가 금지어로 지정된 상태라며 최근 들어 이 단어들은 중국에서 검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류리펑은 ‘조심조심’이라는 말로 중국 언론통제의 태도를 규정했다. 최대한 중국의 내심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되, 우선 대통령을 경선을 통해 뽑는 미국의 선거가 중국의 일당 독재와 비교되도록 하는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으면서도 미 대선을 궁금해 하는 중국 대중들에게 욕을 먹지 않을 정도로 보도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중국 웨이보 핫검색어에 검색하면 상위 50위 안에는 '미국 대선에서 다섯 대통령의 싸움'과 '트럼프가 불만을 품고 오바마 부인에게 공격을 당했다' 2개뿐이었다. 지난 며칠간 핫 검색어에는 선거 관련 소식이 거의 없었다.
류리펑은 이 같은 현상이 “검열을 많이 배치했음에 틀림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검열을 그동안의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그만큼 중국 당국이 미 대선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관심을 풀어주되, 가열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