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칼을 갈면 길(吉)하다.
많은 이들이
점집을 찾아
묻는다.
“어떻게 해야 길(吉)합니까?”
마치 운명의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갈지
선택하듯 길함을 찾는다.
분명 하나의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
하지만 바뀐 미래가
과연 길하지만 한 미래일까?
길함은 선택에
달려 있지 않다.
최소한 한자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다시 묻자.
“어떤 게 길한 것일까?”
갑골자 길(吉)은
간단히 답한다.
“싸울 준비가 됐으면 길합니다.”
갑골자 길(吉)은
도끼를 그 받침에 올려놓은 것이다.
전쟁을 막 마친 것일 수도
전쟁준비를 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도끼를 고이 보관하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준비한 도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도끼를 준비하는 마음이 중요한 때문이다.
도끼를 갖추는
마음, 그런 마음이 있으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길할 수밖에 없다.
어떤 길을 걸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어떤 길이든
길과 흉이 다 있으며, 그 길의 길함을 보고
내가 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길함은 그래서
한 번에 증명되지 않는다.
주역에서 길함을
마치 띠풀을 뽑는듯 하다고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길함은 하나의 운동이
또 다른 운동을 일으키듯
키네틱 운동처럼
그렇게 하나가 또 다른 하나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운이 좋은 것과
길함은 완전히 다르다.
운은 준비 없는 이에게
찾아오지만
길함은 준비된 이에게만
찾아오기 때문이다.
마음 속에 도끼를 닦고
보관대 위에 올려놓듯
그렇게
스스로 준비하면
우리는 매일 마음 속에 길함의 길(吉)을
새기고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