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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중국 공안(公安), 한국의 검경수사권 조정

憤怒的人民已不再恐懼
fènnù de rénmín yǐ búzài kǒngjù
‘분노한 인민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 2일, 쉬장룬(許章潤)교수가 ‘분노한 인민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코로나19관련 장문의 정부 비판 글을 발표했다. 글의 말미에 “글을 다 쓰고 나니 처벌받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며 “내 생에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고 적었다. 그의 글대로 쉬장룬 교수는 현재 실종된 상태에 있다.

 

 

 중국에서 머무를 집을 구한 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안(公安)에 가서 주거등록을 하는 것이다. 동사무소에서만 전입신고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낯선 풍경이었다. 외국인 창구는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고, 대체로 친절했다. 치안뿐만 아니라 행정서비스도 담당하는 중국 공안이 시민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통제가 목적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술 한 잔하고 시비가 일어 공안에 잡혀가 항의하다가, 아무 소리 못할 때 까지 두들겨 맞았다는 한 후배의 경험담은 과장이 섞인 이야기로만 들었다. 반대로 중국 직원들에게 우리나라 파출소에서 일상으로 벌어지는 주취자들의 소란을 말해주면 거의 믿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는 반응이다.

 

 중국 TV에서 중국 공안의 성매매 단속현장을 방영한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다. 현장을 급습해 체포한 후 벌어지는 장면이 가관이었다. 속옷을 벗은 남녀를 그 상태로 이불만 씌운 채 연행하는 것이다. 물론 화면에는 얼굴과 주요 신체 부위가 나오지 않도록 처리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했다. 아무리 현행범들이지만 그들의 인권은 온데간데없다.

 

 몇 년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인용하여 국내에 보도되었던 내용이다. 광시(广西)자치구 난닝(南宁)의 법정에서 변호사 한명이 법원 경찰로 부터 폭행을 당한다. 대화가 녹음된 휴대전화를 검사하겠다는 법원 경찰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다. 더 황당한 것은 두 명의 판사가 이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공안이라는 명칭은 1932년부터 사용했다. 당시 국민당 정부의 경찰과 구분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일반적인 경찰업무인 치안 유지 업무뿐만 아니라 비상상황시에는 사법권과 관계없이 즉결심판을 할 수 있고, 교도관의 업무도 수행하는 등 엄청나게 광범위 하다.

 

 중국 공안부는 행정부인 국무원 산하의 한 부서다. 따라서 헌법기관인 법원과 검찰의 서열이 공안부에 앞선다. 그러나 공무원 직급으로 보면 상황이 다른다. 공안부장은 부국가급이다. 우리로 치면 부총리급이다. 이는 최고인민법원장(대법원장),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검찰총장)도 마찬가지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다. 중국공산당 서열에서 공안부장은 최고인민법원장과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을 압도한다. 사법기관을 총괄하는 조직인 중앙정법위원회의 부서기는 공안부장 차지다. 서기 역시 보통의 경우 전임 공안부장이 맡는다. 인민법원장과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 국가안전부장(국정원장)은 중앙정법위원회의 위원에 불과하다. 우리개념으로 풀어보면 경찰 조직이 법원, 검찰, 국정원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 검경수사권조정과 관련하여 중국 공안이 자주 언급된다. 일부 검사들은 수사권 조정안을 ‘중국식 공안모델’이라 깎아내리곤 한다. 경찰을 ‘게슈타포’라고도 낮춰 말한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매우 빈약한 정치 선동식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공산당 일당체제 국가와 근본적으로 비교 자체가 될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나라 검찰은 일제강점기부터 수사지휘권과 직접수사권 등 강력한 권력을 독점해왔다. 삼권분립 국가로서 모든 기관들이 각자의 견제기관이 있는데 반해, 검찰조직은 임명직임에도 불구하고 견제를 받지 않는다. 경찰이 견제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독립적인 수사권이 없는 경찰은 오히려 종속적이고 계급적인 관계가 이루어져 왔다.

 

이제 대한민국 검찰은 숱한 비리의 역사를 끊고 정의로운 기관으로 다시금 자리매김 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자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처음 경고했던 중국 청년의사 리원량(李文亮)을 기억할 것이다. 중국 공안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는데 결국 본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처가 미흡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칭화대(清华大) 쉬장룬(許章潤) 법학대학원 교수가 공안 당국에 감금된 것 아니냐 등 온갖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그의 소셜미디어인 위챗(WeChat)계정이 폐쇄되었고, 바이두(百度)에서 그가 그동안 써왔던 글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라고 한다.

 

대재앙인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와중에 중국 공안의 음습한 그림자가 떠도는 느낌이다.

 

 

 

 

 

 

 

 

 

오승찬

연세대 경영학석사

(전) 현대해상 중국법인장

(전) 중국 한국상회 감사

(현) 해동주말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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