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초 결혼식을 앞둔 작은 딸 아이가 주말이면 꼭 챙겨보는 TV 드라마가 있다. ‘부부의 세계’다. 드라마 공식 홈에서 소개하는 줄거리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이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어, 서로의 인생을 섞어 공유하는 부부라는 존재, 배신으로 시작된 증오 그리고 이어지는 서로를 향한 복수. 복수에는 응분 대가가 따르는 법, 복수란 상대뿐 아니라 자신까지 파괴하는 것이란 걸 알아야만 했다‘ 부부 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떼어 놓을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남남'인 관계다. 두 사람 사이는 죽을 때까지 영원해야 할 것 같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뎌지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불안정한 관계이기도 하다. 사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평범한 불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희애의 혼신을 다하는 치열한 연기가 시청자들을 복수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중국에서도 한국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인기가 엄청나다. 중국 사람들이 한류의 으뜸으로 드라마를 꼽는 이유로, 한국 특유의 현실같은 비현실의 막장이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욕망이라는 한 가운데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절절하게 그려내는 한국 드라마의 매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2014년 4월 16일 오전, 베이징에 위치한 법인 사무실에서 세월 호 참사 소식을 접했다. 중국 TV에서 메인 뉴스로 생중계했다. 바다 속에 있는 실종자를 단 한 명이라도 구조하기를 기다렸지만, 희망은 체념으로 체념은 슬픔과 분노로 바뀌어 갔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세월 호 침몰소식을 접하고, 대규모 사상자와 실종자가 많은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 특히 청소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비통함을 느낀다. 한·중 양국 국민은 깊은 우의를 갖고 있으며, 언제든지 한국 측에 필요한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기를 원한다.”며 애도를 표했다. 같은 해 반영된 중국 TV 드라마 대사다. ‘虎妈猫爸‘(호랑이 엄마, 고양이 아빠)라는 가족드라마에서, 딸의 소풍 참석을 두고 고부간 의견 충돌 중에 "한국에서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을 태운 배가 뒤집어져 많은 학생들이 죽었어요. 만약 우리 딸이, 어머니 손녀가 탄 버스가 뒤집어지면 어떡해요?" 라고 세월 호 참사가 인용되기도 했다. 세월 호 참사발생 일 년여가 조금 지난 2015년 6월 1일 중국 양쯔(揚子)강 중류인 후베이(湖北)성 젠리(監利)현 인근에서 승객과 승무원 456명을 태운 여객선 ‘둥팡즈싱(東方之星, 동방의 별)’호가
다음 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거주지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그렇기도 하지만, 출마한 각 당 후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코로나19로 유세도 예전만큼 못하는 것 같고, 특별한 쟁점도 없는 것 같다. 집으로 배송된 선거 공보물을 읽어 보았다. 무엇보다 당의 정책과 후보자 정보 등 크게 두 가지를 알고 싶었지만, 별로 내용이 없었다. 일부 당의 공보물은 예전의 대통령 사진들로 채워져 있어 헛웃음만 나왔다. 중국은 공산주의 무늬를 입힌 자본주의 일당제 독재국가다. 마르크스주의에 의하면 국가는 인민들을 억압하는 집단이다. 이것을 국가 운영체계가 없다면 무질서 상태에 빠지므로 ‘당정’을 통해 통치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일당독재라는 일괄적인 통제수단으로 빠른 성장을 통해 자본주의 단계를 스킵하고 공산주의 사회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물론 억지에 불과하다. 중국에서는 당정이 국정이며, 당직이 공직이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인민해방군이 국군이 아닌 공산당군이고, 제1 방송국인 CCTV도 국영이 아닌 공산당영 방송국이다. 이런 중국에서 선거라는 제도가 존재할까? 중국은 헌법 제34조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공민으로서 만 18세에 달한
세계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눈 여겨 보는 것 중 하나가 도로요금 징수원이다. 사실과 다를지 모르겠지만, 선진국일수록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하고, 후진국의 경우 젊은이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험으로 판단한다. 중국에 처음 방문해서 놀란 것이 도로요금 징수원이 너무 젊은 친구들이었다. 주변에 확인해보니 그 자리도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한다. 연줄을 동원해야 한단다. 최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들자, 실직과 개인파산이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공식발표한 올해 1~2월 도시 실업률은 6.2%로, 201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이는 500만 명 정도가 실직한 것을 의미한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호주뉴질랜드은행(ANZ)과 네덜란드 ING은행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지난 2월, 실제로는 800만 명가량이 실직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실업률이 정부의 공식 발표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올해 중국실업률은 가장 낮았던 2018년(4.9%)의 두 배 수준인 8~1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 동망(
작년 중국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와 송환법 추진으로 비롯된 홍콩의 반중(反中)시위로 어려움을 겪는 듯 보였다. 중국은 서방 국가를 향해 '외세 개입'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밖으로 돌렸다. 성조기 흔드는 홍콩의 시위대 모습 또한 중국 국민들이 달갑게 볼 리가 없다. 결국 국내적으로 애국심을 강조하며 결집을 도모했고, 큰 위기 없이 국면을 타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지난 달 뉴욕 타임즈는 분석 기사에서 ‘중국정부는 인민들이 권위적인 통치에 복종하는 대신 그 보상으로 안보와 경제적 성장을 제공해 왔지만, 신종 코로나 발생은 이와 같은 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이 구축해온 신화를 약화시켰다’고 했다. 선거로 뽑은 지도자가 무능한 것으로 밝혀지는 것보다는 선거 없이 집권한 정치 엘리트들이 성과로 능력을 입증하는 중국식 정치모델이 바람직한 것인가는 많은 논쟁이 있다. 중국공산당은 평당원에서 시작하여 지방과 중앙의 인민위원회를 오가며 최소 10여 차례 이상의 경쟁을 거쳐야만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동할 정치 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사실 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의 역경을 이겨낸 개인 스토리는 감동을 자아낸다. 시진핑
지난 주말, 30여 년간 근무했던 회사로부터 조그만 물품이 배송되었다. 박스를 열어보니 마스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걱정이 많겠지만 건강에 유의하라는 당부의 글과 함께, 구매하기 어려운 마스크를 보내온 것이다. ‘정말 좋은 회사에서 근무 했었구나’라는 고마운 마음이 다시금 들었다. 중국 근무 동안에도 그러했다.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게 되면, 보통 주거비 지원을 받는다. 회사에 따라, 직급에 따라 지원금액에 크게 차이가 있다. 중국 특히 북경은 한국인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살기 때문에 어느 아파트 몇 동에 거주한다고 하면, 어느 수준의 지원을 받는지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회사 오너가 관심을 갖고 챙겨주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회사 간에는 간극이 크다. 본인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가족들 보기에 면이 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의 주택 밀집지역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간판에는 보통 집을 나타내는 ‘房’이나 ‘家’ 글자가 들어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규모가 아주 작은 업소도 있지만, 보통 체인점 형태로 규모가 제법 되는 중개업소가 많다. 체인점 명칭이 재미있다. ‘我爱我房 - 나는 우리 집을 사랑해’
2010년 말 중국 한국상회와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 공동 주관으로 ‘2011년 중국 경제전망과 12차 5개년 규획’ 이라는 주제로 조찬간담회가 있었다. 연사는 왕이밍 (王一鳴)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상무부원장이다. 거시경제연구원은 정부에 국가거시경제와 사회발전관련 정책자문을 제공하는 연구기관이다. 이곳의 상무부원장이면 고위인사로 분류된다. 강연 내용 중 “선진 국가들도 경제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노동조합이 미치는 영향력이 작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커진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핵심 산업 노동자들의 강력한 노조의 존재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었고, 이들의 존재는 중산층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강력한 노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소득 불평등의 위험이 크다”고 했다. 중국 고위층 인사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 믿기지 않았다. 중국공산당은 강령에서 노동자계급 혁명군대로서 자본가계급을 타도해 계급 구분을 소멸시키며, 자본가의 사유제를 없애고 공장 등 생산수단을 몰수해 사회 공유로 귀속시킨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런 국가에서 노동자를 위한 실질적인 노조가 존재조차 하지 않
지난 2일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난리를 치르고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뜬금없이 북한의 방사포 발사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이 "어렵게 얻은 긴장 완화 국면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관련국들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발표한 사실을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한 것이다. 10여 년 전 사건이 생각났다. 중국 법인장을 맡은 지 얼마 안 된 2010년 11월 23일 오후에 발생했던 일이다. 북한이 연평도에 170여 발의 포탄을 발사하여 평화로운 섬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휴전 후 최초의 민간 거주 지역에 대한 공격이었다. 군인은 물론 민간인 사망자까지 나온 충격적인 도발이었다. 2010 중국 광저우 아시안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당시에도 중국 정부는 북한을 규탄하면서도, 그 해결을 위해서는 6자회담이 우선이라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중국의 각종 언론 매체 대부분은 미국이 항공모함을 파견해 합동군사훈련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메인으로 보도했다. 누
이나시오. 내 세례명이다. 10여 년 전 북경에 있는 한인성당(실제로는 중국 성당으로 한국인 일요미사에만 대관)에서 세례를 받았다. 당시 최성준 주임신부님과 같은 세례명이었다. 북경대 철학과 박사과정 공부를 병행하며 깊이 있는 미사 강론으로 많은 존경을 받았던 분이다. 중국에 가기 꽤 오래전부터 집사람은 성당에 열심이었다. 반장을 맡아 연말이면 교우들에게 성당 달력을 배부하고, 명절이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당 떡을 팔기도 했다. 미처 팔지 못해 남은 떡은 반납하기가 좀 어색해, 우리 집에서 전량 구매해 일주일 내내 떡국만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해외 근무 시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집사람도 그 중 하나다. 의사소통도 어려운 환경에 친인척, 친구 하나 없는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고민 끝에 같이 성당에 나가기로 했다. 물론 성당에 나가기 위해서는 6개월에 걸친 예비교리자 공부과정이 필요했다. 중국 공산당은 무신론자다. 실제로 9,000만 명을 넘는 공산당원들은 종교를 가질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은 ‘당원은 결단코 종교 신앙을 갖지 말아야 하고, 종교 활동에도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 정부
중국에서 머무를 집을 구한 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안(公安)에 가서 주거등록을 하는 것이다. 동사무소에서만 전입신고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낯선 풍경이었다. 외국인 창구는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고, 대체로 친절했다. 치안뿐만 아니라 행정서비스도 담당하는 중국 공안이 시민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통제가 목적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술 한 잔하고 시비가 일어 공안에 잡혀가 항의하다가, 아무 소리 못할 때 까지 두들겨 맞았다는 한 후배의 경험담은 과장이 섞인 이야기로만 들었다. 반대로 중국 직원들에게 우리나라 파출소에서 일상으로 벌어지는 주취자들의 소란을 말해주면 거의 믿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는 반응이다. 중국 TV에서 중국 공안의 성매매 단속현장을 방영한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다. 현장을 급습해 체포한 후 벌어지는 장면이 가관이었다. 속옷을 벗은 남녀를 그 상태로 이불만 씌운 채 연행하는 것이다. 물론 화면에는 얼굴과 주요 신체 부위가 나오지 않도록 처리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했다. 아무리 현행범들이지만 그들의 인권은 온데간데없다. 몇 년전 홍콩 사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