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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중국판 '부부의 세계'

 

 다음 달 초 결혼식을 앞둔 작은 딸 아이가 주말이면 꼭 챙겨보는 TV 드라마가 있다.

‘부부의 세계’다.

 

 드라마 공식 홈에서 소개하는 줄거리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이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어, 서로의 인생을 섞어 공유하는 부부라는 존재, 배신으로 시작된 증오 그리고 이어지는 서로를 향한 복수. 복수에는 응분 대가가 따르는 법, 복수란 상대뿐 아니라 자신까지 파괴하는 것이란 걸 알아야만 했다‘

 

 부부 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떼어 놓을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남남'인 관계다. 두 사람 사이는 죽을 때까지 영원해야 할 것 같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뎌지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불안정한 관계이기도 하다.

 

 사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평범한 불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희애의 혼신을 다하는 치열한 연기가 시청자들을 복수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중국에서도 한국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인기가 엄청나다. 중국 사람들이 한류의 으뜸으로 드라마를 꼽는 이유로, 한국 특유의 현실같은 비현실의 막장이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욕망이라는 한 가운데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절절하게 그려내는 한국 드라마의 매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최근 중국은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장판(蔣凡·35) 타오바오·티몰 최고경영자(CEO)와 자사 플랫폼 스타 장다이(張大奕·32)와의 불륜설이 대륙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른바 중국판 ‘부부의 세계’다.

 

 상하이 푸단대학 컴퓨터과 출신의 장판은 구글에서 일하다가 모바일 개발자 서비스 플랫폼인 유멍(友盟)을 만들었다. 2013년 알리바바가 이 회사를 8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알리바바에 합류한다. 이후 마윈(馬雲) 등 회사 수뇌부의 눈에 들어, 알리바바그룹을 이끌어갈 황태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지난 17일 장판의 부인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이번 스캔들이 터졌다.

 

장다이를 향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다. 다시 한 번 내 남편을 건드렸다가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했다.

 

 같은 날 장판은 알리바바 내부 커뮤니티에 “와이프의 웨이보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회사에서 자신을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며 자신있게 말한다.

 

 바로 다음날 둥원훙(童文紅) 알리바바그룹의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장판이 가정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회사 명예에 큰 영향을 끼쳤다. 깊이 반성하고 마땅히 모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공개 비판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회사의 조사는 장판의 개인사 문제보다 그가 권한을 남용해 모델 출신 ‘왕훙’(網紅, 인터넷 스타란 의미로 한국에서는 파워 블로거나 파워 인플루언서)인 장다이에게 얼마만큼의 부당한 이익을 줬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한다.

 

 옛 말에 조강지처(糟糠之妻)라는 말이 있다. 지게미(술을 짜낸 찌꺼기)와 겨(곡식의 껍데기)로 끼니를 이어가며 고생을 같이 해온 아내란 뜻이다.

 

 약 2천 년 전 중국 후한(後漢)의 광무제(光武帝) 시절 이야기다. 광무제는 뛰어난 지도자로 곁에 인재를 둘 줄 알았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송홍(宋弘)이라는 신하였다. 광무제는 미망인이 된 누님 호양공주(湖陽公主)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송홍이라는 사실을 알고, 날을 잡아 누님을 병풍 뒤에 숨겨 놓고는 송홍을 불러 떠본다.

 

“사람이 존귀해지면 사귐을 바꾸고, 부자가 되면 아내를 바꾼다고 하는데, 그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니겠는가?”

 

그러자 송홍은 조금의 지체함 없이 답한다.

 

“가난하고 비천한 때에 사귄 벗은 잊으면 안 되고,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는 집에서 쫓아내면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貧賤之友 不可忘 糟糠之妻 不下堂)”

 

오늘 밤,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가는 아내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이름을 선물한다.

‘조강지처(糟糠之妻)’

 

 

 

 

 

 

 

 

 

오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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