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 침공에 대한 제재로 미국과 EU 등이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제한하자, 원유 값이 급등하고 있다. 원유 값 상승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 주요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으로 밀 파종을 하지 못하고 있어 밀 값 상승과 식량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이는 한국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진다. 금리인상으로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부동산 값이 떨어질 우려가 생긴다. 유가상승은 가계는 물론 제조업 및 유통업 등 산업 전반에도 주름을 깊게 한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들이다.
도미노/ 如心 홍찬선
러시아의 뚱딴지같은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유 값과 휘발유 값을 끌어올리고
우크라이나 밀 파종이 차질을 빚어
밀가루 값 상승과 식량위기를 야기하고
유가와 밀 값 상승은 물가를 자극해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한국도 발맞춰 금리를 올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고
영끌 대출로 내 집을 마련한 사람들의 가슴을 태우며
이자부담은 가뜩이나 허리띠 죈 가정을 더욱 옥죄고
유류 값 상승으로 전기료와 가스요금이 덩달아 올라
코로나로 3년 째 고통 받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며
글로벌위기 가능성으로 달러 값이 오르고
원화가치가 낮아지면서 도미노가 연달아 쓰러진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유금리 상단이 10여년 만에 연6%를 넘어섰다. 우리은행 ‘우리아파트론’ 금리가 연 4.10~6.10%를 기록했고, 다른 은행의 금리상단도 연 5.15~5.947%로 곧 6%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한국은행이 1.25%인 기준금리를 올해 2차례 이상 올릴 경우 주담대 금리상단은 7%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금리가 2.26%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이자부담은 39조원이나 늘어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추경을 한 차례 할 수 있는 규모다.
금리부담만이 아니라 전기료 인상압력도 문제다. 당장 4월부터 ㎾h당 6.9원이 오른다. 하지만 추가로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2분기 실적연료비가 kg당 584.76원으로 기준(338.87원)보다 72.6%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도입된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분기별 조정상한인 ㎾h당 3원을 인상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전의 올해 영업적자는 당초 예상치 14.8조에서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영향을 미칠 전기료 인상을, 정부가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머피의 법칙/ 如心 홍찬선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얄궂게,
소풍 가는 날마다
비가 온다든지
슈퍼마켓 계산대에 줄 서면
내 줄이 가장 느리게 줄어들거나
실수로 잼 바르다 빵을 떨어뜨리면
잼 바른 쪽이 바닥에 닫는다
전기료 인상을 지금 미룬다고
언제까지나 보류할 수 없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 적자는
어차피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것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건
국민을 속이고 직무를 유기하는 것
한국의 악재에는 뜻하지 복병도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의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게 그것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3월30일 장중 한때 100엔당 982.65원까지 떨어졌다. 2018년 12월4일(980.33원)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저였다. 엔달러 환율이 이틀 전 달러당 124.94엔으로 2015년 8월 이후 최고를 기록한 탓이었다. 엔화는 지금까지 국제위기가 있을 경우 강세를 나타낸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엔화의 치욕’으로 불릴 만 하다. 다만 엔화 약세는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수출기업이 엔화 약세에 긴장하는 이유다.
강 건너 불인 줄 알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황이 쉽지 않게 흘러가는데도 한국은 정권 이양을 앞두고 ‘신구권력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도자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권한과 책무를 함께 갖고 있다. 잘못된 판단으로 훗날 부정적 평가가 역사에 기록되지 않도록 하는 게 현명한 지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