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일류대학을 졸업하려고 노력하고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왜, 영어 일본어 중국어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여러 개 따는 등 스펙을 좋게 하려고 할까. 마이클 스펜스(1943~) 미국 스탠포드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박사과정 학생 때 <시장신호(Market Signal)>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어느 한쪽만 정보를 갖고 있을 때 그 사람이 표출하는 신호에 따라 그 정보를 추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정보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어보자. 사원을 뽑으려고 하는 회사는 그 회사에 지원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나 인성 같은 것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이 때 회사는 지원자가 졸업한 대학교와 전공,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자격증, 그리고 그를 추천해준 사람의 추천서 등을 보고 지원자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원자는 회사가 그런 증명서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일류학교를 졸업하고, 의미 있는 자격증을 많이 따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동물 세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공작새 수컷은 장식 꼬리가 크고 화려할수록 포식자의
음주운전이 화두다. 우선 음주운전에 대한 기준이 강화됐다. 음주운전의 기준이 되는 혈중 알콜 농도가 0.05%에서 0.03%로 두 배 가량 세졌다. 2018년 9월25일 부산시 해운대구에서 윤창호씨가, 만취상태로 운전하던 사람의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난 뒤의 일이었다. ‘윤창호 법’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보험료 인상과 자기부담금 증대 같은 민사적 책임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같은 형사적 책임, 면허정지와 취소 같은 행정상 책을 모두 져야 한다. 음주운전에 한 번 적발되면 자동차보험료가 10% 할증되며, 2회 이상이면 20% 할증된다. 혈중 알콜 농도가 0.03%~0.08%이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0.08%~0.2%이면 1년~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1000만 원 이하의 벌금, 0.2% 이상이면 2년~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1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음주운전 2회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되고 3회 이상이면 삼진아웃된다. 음주운전/ 如心 홍찬선 음주운전은 살
박수는 터져 나오지 않았다. 분위기는 한여름 밤의 한겨울이었다. 한쪽은 퇴장했고 다른 한쪽은 기권했다. 대립하는 양쪽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인 공익위원이 법대로 표결에 붙여 결정했다. 더 많이 올리자는 노동자 대표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모두 죽는다며 조금 올리자는 사용자 대표를 진정성 있게 설득하기보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방망이를 두드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월29일 밤 전체회의를 열어 2023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했다. 2022년의 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수준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약속한 ‘임기 내 1만원’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지만, 2017년 6470원보다는 46.68% 오른 수준이다. 노동계와 사용자측은 모두 즉각 반발했다. 노동계는 소비자물가가 6%나 올랐고 짜장면, 김치찌개 등 생활물가는 더 오른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5% 올린 것은 사실상 삭감이라고 주장했다. 사용자 측은 식자재 공공요금 최저임금 인상의 3중고로 짓눌리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5.0% 인상안도 납득할 기준이 아니라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란 비판이 제기됐다
“… 셋 둘 하나, 발사!”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누리호는 자리를 박차고 우주로 날아올랐다. 2022년 6월21일 오후 4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700㎞ 우주로 사뿐하게 날아 검증위성 분리, 양방향 교신까지 정확히 해냈다. 자력으로 우주선발사체를 개발하고 발사에 성공한 세계 7번째 우주강국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에 이은 쾌거였다. 유월의 저 푸른 하늘, 호국의 영령들이 살아있는 하늘, 대한의 미래 먹거리를 듬뿍 안고 있는 하늘을 힘차게 날아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배달겨레의 한마음 한뜻이 그 모든 장벽들을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시대 활짝 열었다. 누리호/ 如心 홍찬선 새 길 하나 또 뚫었다 수평으로 달리는 땅길에 이어 수직으로 솟구치는 하늘길, 좀처럼 내주지 않았던 그 길을 할 수 있다는 30년의 뚝심으로 활짝 열었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장애는 벽이 아니라 스승이었다 300여개의 기업과 500여명의 엔지니어들에게 확실한 실력을 쌓도록 한 연습문제였다 37만여개에 이르는 부품을 모두 한국 기업들이 스스로 개발해 2조 원으로 수십, 수백조 원을 만들어내는 마술을 보여주며, 가지 못했던
표범 삼둥이가 있다. 이름이 각각 대한, 민국, 만세다. 맏이 대한은 빠르게 달리는 게 특기다. 민국과 만세보다 훨씬 날쌔다. 하지만 무작정 앞으로만 내달리는 게 단점이다. 미로를 빠져나가려면 생각을 해야 하고, 무리를 이끌려면 지혜가 필요한데 오로지 전진만 고집하는 대한은 우두머리 경쟁에서 뒤쳐진다. 막내 만세는 다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내달리기보다는 생각을 한다. 사냥감이 도망가는 뒤를 무턱대고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름길에서 기다리다 급습해서 사냥에 성공한다. 미로에서도 맏형 대한보다 훨씬 빠르게 길을 찾아 출구로 나간다. 달리는 능력은 좀 뒤지나 생각하는 힘이 좋아 우두머리로 인정되고 있다. 며칠 전 TV에서 방영된 ‘표범 삼둥이’를 보면서 ‘나쁜 엔저’와 ‘원화가치 하락의 정치경제학’을 생각해본다. 엔/달러 환율은 6월22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6엔대까지 상승했다.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1985년 9월의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로 ‘Japan is No. 1’으로 불릴 정도로 잘 나갔던 일본의 치욕이라고 부를 엔화 추락이다. 아베노믹스의 저주/ 如心 홍찬선 신의 한 수라고 박수갈채를 받으며 잃어버린 20년을
경제학자와 정치학자 그리고 통계학자 3명이 사냥을 가서 불행하게도 곰을 만났다. 경제학자가 당황해 총을 쏘았지만 곰 오른쪽으로 1m 정도 빗나갔다. 정치학자가 서둘러 쏜 총알은 곰 왼쪽으로 1m 정도 벗어났다. 그러자 통계학자가 크게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만세! 명중이다!” 좌우로 1m씩 벗어났으니 평균내면 곰을 명중시켰고, 사냥에 나섰던 3명의 학자는 통계적으로 곰의 공격에서 벗어나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는 상상에 맡겨야 할 것이다. 우리가 늘 마주하는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만들어낸 우스개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게 바로 주식투자에서의 수익률이다. 100만원을 투자해서 50만원으로 손해 봤다가 다시 100만원을 회복했을 때 결과는 본전이다. 하지만 평균수익률은 25%에 이른다. 50% 손해 봤다가 100% 수익을 올렸으니 (-50+100)÷2=25%가 되는 것이다. 이것만 얘기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회사가 판매하고 자산운용회사가 주식투자하는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이렇게 계산해서 ‘평균의 함정’에 빠진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펀드를 고를 때는 최근 몇 년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른 것, 왕중의 왕들이 모여 있는 EPL에서 수많은 차별을 이겨내고 아시아인 최초로 ‘골든 부트’를 거머쥔 것, 그것도 PK 하나 없이 오로지 필드 골로만 일궈낸 것, 늘 변방이라는 폄하를 받으면서도 보란 듯이 세계 제일로 우뚝 선 것, 곁에서 보는 우리는 그 엄청난 일을 기적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다. 하지만 손흥민에게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하루에 1000개씩 슈팅 연습을 하면서, 공을 마음먹은 대로 자유롭게 다루기 전까지는 패스나 다른 기술을 배우지 못한 고통을 달래며,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진짜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아버지이자 코치인 손웅정 씨의 가르침 속에서,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달성한 피땀의 대가였을 뿐이었다. 손흥민의 아빠찬스/ 如心 홍찬선 아빠를 잘 만난 덕분이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거리에서 벗어나 외롭게 혼자 살아가는 한 마리 늑대처럼 오로지 자신만을 믿으며 선진국 축구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에게 전해주려고 열정을 쏟은 아버지의 남다른 가르침 덕분이었다 기본기를 갖추지 않고 술수만 배운 사이비가 되어선 안 된다며 달
국회의장 후보도 경선으로 뽑는다는 뉴스가 춤을 춘다. 다수당 의원 가운데 다선(多選) 우선, 공동 선수(選數)엔 연장자 우선이란 미풍양속적 관례(원칙)를 헌신짝처럼 버린 채, 개혁이란 양가죽을 쓰고 계파이익을 관철하겠다는 늑대가 으르렁거리는 양상이다. 대통령 임기에 쫓겨 허겁지겁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에 이어 ‘얼마나 겁나고 급하면…’이라는 의문이 나오게 하는 이유다.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도,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의 양심도 찾아보기 힘든 ‘표 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다. 국회의장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다.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맡아야 하는 게 암묵적인 합의였고, 지금까지 별다른 잡음 없이 지켜져 왔다. 그런 국회의장마저 당내 계파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해 경선을 치러 뽑겠다는 것이다. 다수당의 횡포에 다수계파의 탐욕이라는 비판은 아랑곳하지 하지 않는다. 독점의 폐해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독점/ 如心 홍찬선 허파에 바람이 들고 간이 돼지처럼 부으면 눈이 멀고 귀가 막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 외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데 이 세상에 공짜가 없고 새 역사는 변두리에서 만들어지듯 말, 보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74년 동안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용산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실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막판 힘겨루기를 뚫고 새로 열린 ‘용산시대’는 정권이 바뀌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바뀐 것은 또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강조했다. 평등이나 복지는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로 시작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다”고 강조한 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나와 우리 공동체 구성원의 자유가 침해 받는다”고 강조했다. 민간의 활력을 끌어올려 경제성장률을 높임으로써 자유와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분수효과를 내세우며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낙수효과에 기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如心 홍찬선 물이 그릇에 가득 차면 넘쳐 아래로 흐르고 두 개가 하나 보다 많고 좋다는 건 세 살
버티기 하다 결국 자진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법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며 버티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우리를 아프게 한다.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인 민주당 의원에 발목이 잡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민심을 잃은 절대다수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며, 능력 있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었던 말인가, 쉽게 가보자는 안이함에 자승자박한 것은 아닌가… 진항(陳亢)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공자의 아들인 백어(伯魚)에게 은밀히 물었다. “아버님에게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게 있느냐?”고. 백어는 대답했다. “없다. 다만 한 번은 아버님이 정원에 서 계시다가 내가 종종걸음으로 지나가자, 나를 불러 세운 뒤 “시를 배웠느냐?”고 물어서 없다고 여쭈자 “시를 모르면 다른 사람과 얘기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물러나와 시를 배웠다. 또 어느 날은 “예(禮)를 배웠느냐?”고 물어 없다고 하자 “예를 모르면 사회에서 설 수 없다”고 하셔서 물러나와 예를 배웠다”고. 이 말을 듣고 진항은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 가지를 묻고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 시와 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았고, 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