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최근 역사박물관에 '국가안보전시관'을 개관한 데 이어 지난 9월 3일에는 '해안방위박물관'의 명칭을 ‘항일해안방위박물관’(이하 해방박물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9월 3일은 중국의 ‘항일전쟁승리기념일’이다.
이날 이름 변경과 함께 홍콩 정부는 박물관 내에 세계 2차 대전 중 중국 공산당 광둥성 인민항일 유격대 ‘동장부대’ 전시도 시작했다.
홍콩 당국이 역사의식 수정 작업에 본격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역사관이다. 새롭게 시작된 전시관에는 홍콩 역사에 관심이 있는 중국과 외국의 방문객들이 몰렸다.
중화권 매체들에 홍콩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장 부대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과장한 것”이라며 “홍콩의 역사를 다시 쓰려는 정부 의도의 한 단계였다”고 지적했다.
전시관 개설 기념식에서 이가치 관장은 “항일역사는 젊은이들이 고국과 조국에 대한 애착을 깊게 할 수 있는 중요한 교육자료”라며 “특별행정구 정부는 애국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기념 자체가 중국 내륙의 애국교육의 중요한 기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이후로 해안방위박물관은 항일전쟁을 최우선으로 하고 해안방어를 차순위로 하는 박물관으로 바뀌게 되었다.
박물관 수석큐레이터 청루이센은 이번 전시가 홍콩 항일전쟁에서 다른 군인들의 역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새로운 박물관의 11개 전시관 가운데 4개 구역이 중국 공산당의 항일 전쟁의 역사를 기리는 상설 전시관이다. 홍콩 당국이 중국 공산당의 항일 역사 전시를 얼마나 중시하는 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박물관은 특별전시관에서 오는 2025년 7월 2일까지 ‘동장부대’ 각종 사용 용품을 전시하는 특별 전람회도 진행되고 있다.
그럼 동장부대는 얼마나 유명한 공로를 세웠을까? 홍콩 역사 전문가들은 동장부대가 공산 유격대로 항일 전투에 나서 당시 일본군에 포로로 잡힌 영국군 등을 도운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당시 정규 부대로 편성돼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던 정규부대와 비견할 공을 세운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홍콩 대의원이면서 역사 연구자인 예미엔롱은 “동장부대가 공이 있다고 해도 정규부대 만큼은 아니다”며 “사실 당시 중국 공산당 자체 부대마저 정규 부대 편성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다. 자연히 홍콩에서 공산당이 항일 전쟁에서 공을 세울 여지가 없었고, 찾아낸 것이 동장부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기존 정규부대의 공은 줄이고, 동장부대의 공은 과대평가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