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과 비슷한 것으로 한번 해놓고 전부를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소위 ‘만만디’이다. 중국인의 ‘만만디’에는 실리주의와 그 실리를 담보하기위한 신중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중국에 제조업체를 설립한 후, 금융 분야에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금융회사 진출을 준비했다. 감독 규정에 따라 50%이상 외국기업 지분보유가 불가하므로, 중국 파트너를 찾아야 했다. 제조업체 합자 파트너가 이미 존재하고, 협상 경험도 풍부하므로 진행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합자회사 설립을 위한 양측 협상에만 수년이 소요되리라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회사 설립이 곧바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가족까지 중국으로 데리고 온 협상담당 주재원들은 숯검정처럼 속이 타들어 갔다. 느릿느릿한 협상진도에 본사로 부터의 질책은 커져만 가고,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중국 측은 무리한 요구를 더 해 갔다. 양측의 권한과 책임을 놓고 지리한 협상이 끝나면 내부결재를 이유로 몇 달을 허송하고, 그 뒤에는 윗분 지시를 이유로 다시 협상하자는 식이다.
결국 참다못한 한국 측 협상책임자는 금융부문 진출 포기선언과 함께 주재원과 그 가족들을 전부 철수하는 초강수를 선택한다. 이때부터 중국 측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빠르게 움직였다. ‘만만디’는 선택형 느림이었다. ‘만만디’의 느림이라는 앞면은 빠름이라는 뒷면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의 ‘만만디’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중국 사업경영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오승찬
연세대학교 경영학 석사
(전) 현대해상화재보험 중국 법인장
(전) 중국한국상회 감사
(현) 해동주말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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