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말 중국 한국상회와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 공동 주관으로 ‘2011년 중국 경제전망과 12차 5개년 규획’ 이라는 주제로 조찬간담회가 있었다. 연사는 왕이밍 (王一鳴)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상무부원장이다. 거시경제연구원은 정부에 국가거시경제와 사회발전관련 정책자문을 제공하는 연구기관이다. 이곳의 상무부원장이면 고위인사로 분류된다.
강연 내용 중 “선진 국가들도 경제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노동조합이 미치는 영향력이 작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커진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핵심 산업 노동자들의 강력한 노조의 존재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었고, 이들의 존재는 중산층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강력한 노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소득 불평등의 위험이 크다”고 했다.
중국 고위층 인사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 믿기지 않았다.
중국공산당은 강령에서 노동자계급 혁명군대로서 자본가계급을 타도해 계급 구분을 소멸시키며, 자본가의 사유제를 없애고 공장 등 생산수단을 몰수해 사회 공유로 귀속시킨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런 국가에서 노동자를 위한 실질적인 노조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중국은 마오쩌둥이 건국이후 1977년까지 급진적인 사회주의 노선을 걸었다. 이후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라는 이름으로 변형된 사회주의를 40년 넘게 지속해 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초기 막스 레닌의 노동자·농민의 당이 아니라, 노동자의 타도 대상인 기업인들도 포함된 당으로 변화한 것이다.
2018년 중국 경제금융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 세계 부자 50위 가운데 중국에서 10명이나 차지한다. 10명 재산이 338조에 이르고, 삼성 이 건희 회장도 65위 수준이니 그들에 미치지 못한다. 같이 벌어, 같이 나눈다는 사회주의 체제의 나라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중국의 노동조합은 3억 명 이상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중화전국총공회(ACFTU)’가 유일한 전국 조직으로, 공산당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 우선이라는 명분아래 노동자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이 낮고, 작업환경 안전을 위한 규제도 빈약할 수밖에 없다.
중화전국총공회는 그 산하에 각 성(省)이나 현(县)급의 公会가 있고, 기업公会가 존재한다. 사실 중국에서 노동조합 문제는 오랫동안 그다지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으나, 최근 몇 년간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노동자가 많은 광동성(广东省)을 중심으로 집단행동이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2019년 이후 시진핑 주석은 노동조합에 대한 공산당의 감독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노동자들에게 단체교섭을 도와주거나, 조언을 해주는 노동 인권단체들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또한 공산주의 청년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노동운동에 대하여는 더욱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자본가와 결탁해 노동자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고, 날 선 비판에 나서기 때문이다.
법인 인사 책임자가 보고한다. 우리 회사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었으니 公会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거다. 한국과 달리 중국의 노동조합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인정되고, 단체행동권은 불법이란다. 회사는 公会활동에 필요한 사무실만 제공하면 되고, 임금총액의 2%를 납부하면 대부분 금액을 직원 복지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얼마 시간을 고민한 후 결론을 내렸다. 안 된다고 했다. 우선 한국 본사를 설득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노조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이 영 개운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오승찬
연세대 경영학석사
(전) 현대해상 중국법인장
(전) 중국 한국상회 감사
(현) 해동주말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