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본다.
쉽게 아우라의 빛에 취한다.
진품이 내는 게 아우라지만, 사람들은 진품의 진위를 가리지 못한다.
그저 아우라만 볼뿐이다. 그게 사람이다.
사실 보이지 않고,
보여주지도 않고,
보라는 게 어불성설일 수 있다.
다만 현명한 사람, 현인은 그렇지 않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최소한 그러려고 노력한다.
보여주지 않는 것은
더욱 더 노력해서 본다.
감추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시대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다.
초나라 재상 소해휼(昭奚恤)에 대한 이야기다. 어찌나 능력이 뛰어난지 다른 나라의 모두가 이 소해휼을 두려워했다.
초나라 왕이 갑자기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때 한 사람이 나서 동화를 들려준다. 그 유명한 호가호위(狐假虎威)의 고사다.
“옛날 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숲에서 여우를 만났습니다. 그 여우가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내가 백수의 왕이야. 하느님이 그리 정했지. 힘만 세고 무식한 네가 알 일이 없지.’
말을 들은 호랑이가 어이가 없어 말했습니다.
‘거짓말이면 잡아먹겠다.’
여우 역시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럼 내가 앞장서 걸어갈 터이니, 네가 따라오면서 잘 봐둬. 다른 동물들이 나를 어떻게 모시는지.’
그리고 둘은 숲을 돌아다녔습니다. 정말 여우가 앞장서 걸으니 숲은 모든 동물들이 두려워하며 도망쳤습니다. 동물들은 모두가 호랑이를 두려워했지만, 호랑이는 모두가 여우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 왕이시여, 북방의 나라들이 두려워하는 게 소해휼입니까? 왕이십니까?”
이야기를 듣고서야 왕은
소해휼의 권세의 배경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합종연횡의 전략가 소진의 이야기도 있다. ‘두 번의 한탄’을 한 사연이다.
본래 소진은 진나라를 위해 천하통일을 위한 합종의 계략을 세웠다. 그리고 벼슬을 구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소진은 진나라에서 가족들이 마련해준 막대한 비용만 탕진한 채 고향에 돌아온다.
고향에 돌아온 소진을 부모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아내는 물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전국책에는 이런 소진의 한탄이 나온다.
소진은 이를 악문 채 더욱 책략에 정진했다.
그리고 세운 게 바로 진나라에 대응하는 연횡의 계략이다.
소진의 연횡의 계략은 조나라에서 인정을 받았고,
소진은 조나라의 재상이 된다.
조나라는 금은보화로 소진을 대접한다.
가난에 찌들었던 과거 탓에 사치를 좋아했던 소진은
행차 때마다 화려한 금장을 한 행렬을 내세웠다.
하루는 그가 고향 땅을 지날 때였다.
과거 자신을 박대했던 친척 중 한명이 감히 서지도 못하고
기어서 자신 앞으로 와 절을 하는 모습을 봤다.
소진이 물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 친척이 답했다. “아, 공이 이렇게 출세를 하셔서 권세와 부귀를 누리시는데 어찌 제가 감히 나서겠습니까?”
소진이 이때 하늘을 보고 다시 한 번 한탄했다.
“아, 빈궁할 때는 부모조차 자식으로 여기지 않더니, 권세와 부귀를 누리니 먼 친척조차 이리 대접이 달라지는구나. 어찌 세상 사람들이 부귀권세를 가볍게 여길 수 있을 것인가!”
소진이 다시 태어나도,
두 번의 한탄을 금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산천이 의구하듯 인간세태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