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은 성관계에 대한 묵시적 허락은 아니다.
중국에서 이 같은 내용의 판결이 나왔다. 중국은 전통적인 유교국가로 남성위주 사회로 알려져 왔다. 여권 신장의 진일보한 판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런민르바오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산시(山西)성 법원은 '약혼 강간 사건'의 항소심에서 이 같이 판결했다. 법원은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하기로 판결했다.
이번 재판은 중국의 여권과 관련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던 판결이다.
이번 판결의 요지는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행위는 그녀의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되며, 이는 양측이 약혼했는지 여부와 무관하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본 사건에서는 증거가 명확하고 충분하며, 완전한 증거 사슬이 형성되어 있어, 피고인 석모씨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음을 인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피고측 주장대로 여성 가족이 금전 요구를 목적으로 고소를 협박한 사실은 없었다고 재판부는 봤다.
법원에 사건이 접수되기 전, 여성 측은 이미 10만 위안(약 1,941만 7,000 원)과 반지 등 예물을 결혼중개소에 반환했으며, 이는 남성 측 가족이 끝내 수령을 거부해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또한 법원은 피해자가 결혼 이력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약혼은 남녀가 이미 결혼을 약속한 것으로 성행위에 대한 묵시적 합의라는 중국 사회 통념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주목됐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판결로 중국 사회에 "약혼은 성관계의 묵시적 동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 상식이 됐다고 평했다.
많은 네티즌이 약혼한 후 여성은 성관계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어 법이 개입할 수 없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피고인 석모씨 역시 이러한 인식의 오류에 기반해 강간 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약혼을 했고’, ‘약혼식을 치렀고’, ‘여성 가족이 예물을 받았으니’ 당연히 ‘부부처럼 지낼 수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현행 법률 및 형사 정책과 명백히 불일치한다.
2심 재판장이 강조한 바와 같이,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행위는 여성의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되며, 양측이 약혼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우리나라 형법은 여성의 의사에 반해 폭력, 협박 등 수단으로 강제로 성관계를 맺는 행위를 강간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여성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성행위를 결정할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이다. 심지어 약혼 상태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성적 동의권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