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에서 북한 요원역으로 변신… ‘스타’보다는 ‘배우’에 방점
"액션보다 사투리가 더 어려웠어요."
신작 영화 <강철비>를 소개하는 배우 정우성이 쉽지 않았던 촬영 과정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의 출세작인 <비트>를 시작으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신의 한 수> 등에서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던 정우성은 이 작품에서도 품격 높은 액션 장면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하지만 액션 연기에 능한 정우성을 괴롭힌 것은 정작 사투리였다. 극중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 역을 맡은 그는 독특한 억양의 북한 사투리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촬영 현장에 평양 사투리를 가르쳐주시는 분이 있어서 연습을 계속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분이 여성이었죠. 그래서 북한 남성의 말투가 궁금해 유튜브에서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많이 찾아봤어요. 제가 대사를 읊으면서도 ‘이게 사투리가 맞나?’, ‘남들이 들을만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사투리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매일 계신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 고민이 많았어요.”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다. 현재 북핵을 둘러싸고 중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봉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현실과 맞물려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故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았던 영화 <변호인>으로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던 양우석 감독의 신작. 양 감독은 <강철비>에도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메시지를 깊이 새겼다. 그렇게 때문에 극 중 북한 요원 역을 맡은 정우성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처음 대본을 받았던 정우성은 출연을 망설였다는 후문이다.
“양우석 감독이 처음 제게 시나리오를 줄 때 ‘왜 엄철우가 나여야 하나?’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엄철우의 순수함, 우직함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어서 ‘엄철우에게 정우성이 가진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죠.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출연을 결심한 후 배우이기 전에 인간 정우성의 성향을 표현하려 노력했죠. 잘 녹아든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정우성은 이번 작품에서 연기력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곽도원과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은 앞서 영화 <아수라>에서도 이미 한 차례 한 프레임에 담긴 적이 있다. 곽도원에게 주어진 역할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강철비>에서 한층 더 진한 우정을 나누며 연기를 주고 받았다.
"혼자 좋은 캐릭터 만들어 내는 것보다 동료 배우와 함께 연기하면서 주고 받을 수 있는 교감, 캐릭터 만들어 가는 게 짜릿한 선물이죠. 곽도원과는 <아수라> 때 만나 서로 주고 받는 교감이 있었죠. 이어 동료에서 동갑내기 친구로 감정이 깊어졌어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때 <강철비> 만나게 됐죠. 타이밍이 굉장히 좋았어요. ‘이 친구가 나를 정말 좋아해 주는구나’ 싶어서 화면에 더 좋은 호흡이 담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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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다. 과거에는 "잘 생겼다"는 평가에 수줍게 웃기만 하던 그는 이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알아요”라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푸근해졌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선입견으로 작용하기도 하다. 과거 신세대의 아이콘이자 반항기 있는 청춘을 대변하던 그는 이제 ‘스타’보다는 ‘배우’에 방점을 찍을 작품을 고르며 한결 밀도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그는 주변에서 볼 때 “의외다”라고 평가할 만한 작품을 잇따라 고르며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정우성에 대한 선입견이 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신작 영화를 선보일 때 첫 대사를 하는 게 항상 가장 힘들죠. 일상과 작품 속 모습이 잘 연결이 안 되는 배우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예능에 출연하기도 하는데, 결국 예능이 관객에게 편하게 다가가기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영화 배우이기 때문에 저를 둘러싼 선입견을 깨는 것도 영화 안에서 이뤄져야 해요.”
기자 김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