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던 대외경제무역대학교 한국어학과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북경소재 한국어학과가 설치된 8개 대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축제를 여는데, 금년에 그 학교가 주관한다는 것이다. 후원을 부탁한다. 북경에만 한국어학과가 설치된 대학이 8개나 된다는 것이 놀라왔다. 어느 대학이냐고 물었다. 북경어언대학교, 대외경제무역대학교, 북경대학교, 북경외국어대학교, 북경제2외국어대학교, 전매(언론방송)대학교, 중앙민족대학교, 북경공업대학교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학교들이다. 현지법인 규모에 맞추어 후원을 했다. 행사 당일, 천 명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 학생들이 빼꼭 들어찼다. 행사주관대학 총장, 주중한국대사, 그 다음으로 축사를 했다. 원고를 준비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학생들이 모두 한국어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기념식 후 첫 행사로 ‘대사님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학생들의 수준 높은 한국어 구사능력뿐 아니라,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 대한 식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에 유학 온 중국학생들, 중국으로 건너간 한국학생들이 각각 7만 명에 달한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이 정도 규모의 젊은이들이 교류하는 것은 유례가 없을 것이다. 모두
중국 직원이 긴장한 모습으로 긴히 부탁할 용건이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닌 결혼식 축사를 부탁하는 것이다. 황당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겼다. 중국말이 서툰 외국인이 가능한 일이냐고 물었더니, 전혀 관계없다고 답한다. 나이 든 다른 중국 직원에게 확인해 보았다. 아마도 내가 그 직원의 주변인물중 상대측에 제일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거절하면 큰 결례란다. 결국 축사를 맡았고, 이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보통 결혼 날짜는 2, 6, 8, 10의 숫자가 들어가고, 요일 또한 화요일(星期二)이나 토요일(星期六)로 정한다. 짝수를 길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중국 결혼식은 체면을 중시하는 그들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결혼식 당일, 신랑은 신부와 하객을 모시고 식장으로 향한다. 이때 이들이 타고 이동하는 웨딩 카 대수로 성대함을 판단하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많은 차량을 동원한다. 특히 붉은 색 외제 렌터카가 인기다. 수십 대의 결혼 차량행렬로 장관을 이루지만, 심한 교통정체로 불평을 사기도 한다. 중국 결혼식에서도 축의금을 전달한다. 이때 복되고 길함을 상징하는 ‘홍빠오(红包)’라는 붉은색 봉투를 사용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흰 봉투가 그들 문화에서는
중국 술은 기본적으로 그 색상을 기준으로 두 가지로 구분한다. 사천성(四川省), 산서성(山西省) 일대에서 수수(高粱, 고량)를 주원료로 한 증류주인 백주(白酒, 바이주)와 절강성(浙江省) 일대에서 쌀 혹은 조를 주 원료로 한 발효 숙성주인 황주(黄酒)다. 중국인들은 백주(白酒)를 많이 즐긴다. 우리가 흔히 빼갈(白干儿)이라고 부르는 술이다. 백주는 눈으로 색을 보고, 코로 향을, 혀로 맛을 느껴야 한다. 중국의 8대 명주로 1. 귀주(贵州)성의 마오타이주(茅台酒) 2. 산서(山西)성의 펀주(汾酒) 3. 사천(四川)성의 라오자오(老窖) 4. 사천(四川)성의 우량이에(五粮液) 5. 사천(四川)성의 지옌난춘(剑南春) 6. 강소(江苏)성의 양허다취(洋河大曲) 7. 귀주(贵州)성의 동주(董酒) 8. 안후이(安徽)성의 구징공주(古井贡酒)를 꼽는다. '전국평주회의'라는 술 콘테스트에서 수상했던 술들이다. 그러나 광고 선전효과 등을 고려할 때, 그에 따른 암투와 로비 등의 문제가 커서 말들이 많다. 일본 스미토모해상 파견근무 시절, 보리로 만들어 증류를 거친 후 다시 오크통에서 몇 년간 숙성을 거친다는 ‘백년의 고독’ 소주를 즐겼다. 중국 근무를 하면서, 절친한 일본 기
마오쩌둥 주석은 골프를 ‘녹색아편’ 이라고 멀리했기 때문에 중국은 오랜 기간 골프가 금기시 되었다. 1980년대 덩샤오핑 주석이 골프를 해외 투자 유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1984년 골프장이 처음 등장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그 수가 크게 늘었다. 이후 후진타오 주석은 경작지의 사적 점용과 농민 이익 침해를 이유로 골프장 허가를 금지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와 건설업자는 녹지 공간, 승마 연습장 등의 편법 용어들을 동원해 마음대로 골프장을 지었다. 속담 그대로 上有政策, 下有對策. 2014년에는 골프장 800개, 골프인구 100만 명이 넘었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 집권이후 강력한 부패척결 방침에 따라 최근에는 골프장이 절반이하로 줄고, 골프인구도 3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중국 근무를 시작한 2007년 무렵만 해도, 간혹 앞에 중국인들 팀이면 진행이 엉망이 되어 기분 상하는 경우가 잦았다. 뒤 팀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 곱 만큼도 없다.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몇 번이고 다시 치고, 큰 고함 소리에 집중할 수가 없다. 진행요원에게 항의해도 별 소용이 없다. 대부분 졸부이거나, 그 지역에서 무시 못 할 권력자로 허세를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 보다 낫다.' 우리말과 똑같은 속담이다. 중국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위 ‘꽌시(關係·관계)’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꽌시'를 우리말로 정확하게 번역하기 어렵다. 인맥, 관계 등의 단어가 있지만 ‘꽌시'가 의미하는 개념을 전부 담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중국 사람들의 ’꽌시‘는 ‘공동생활집단’ 개념으로 서로의 가족까지 책임져 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의미한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단순히 차 한 잔 하고 식사 몇 번 했다고 ‘꽌시’가 만들어졌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 생활 중심부에 들어가야만 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꽌시’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여러 노력들이 전제가 된다. 얼마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가 중국 장강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다고 한다. 리카싱 재단에 의해 설립된 이 학교는 하버드, 와튼, 예일 등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에서 종신 재직권을 보장받은 교수진에 의해 운영되는 중국 최초의 사립 경영대학원이다. 이 곳 졸업생으로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리둥성 TCL 회장, 스위주 쥐런그룹 회장 등이 있다. 재벌가 여성으로서, 군 장교 선택자
‘입은 칼인데, 마음은 두부다. 말은 날카로워도 마음은 약하다’. 겉으로는 강해보이나 실제로는 약하다는 뜻이다. 비슷한 사자성어로 ‘外强中干 (wàiqiáng zhōnggān)’이 있다. 주재원 초기시절 현지직원과 마음이 불편했던 일이 발생했다. 분명히 명확하게 지시한 사항인데 제대로 업무처리가 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꾹 참고 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고 끝낼 일을,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계속하는 것이다. 결국 참다못해 큰 소리로 나무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얼마 후 고참 주재원에게 이 일을 들려주었더니 껄껄 웃었다. 조금 더 중국생활을 하면 익숙해질 것이란다. 이유를 물으니 답을 주지 않는다. 스스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후 유심히 중국 사람들을 관찰했다. 좁은 길에서 몸이 부딪칠 때, 전철에서 남의 신발을 밟게 될 때, 우리는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미안합니다.’를 먼저 말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이 말을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나 역시 중국인들의 이런 모습에 알게 모르게 익숙해졌다. 어느 날 중국인과 술자리를 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질문을 했다. 자기도 잘 모르겠지만 중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하여 중국어는 당연히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러운 이야기다. 배우기가 쉽지 않다. 중국에 진출한 많은 주재원, 자영업자 중에 제대로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영어권 국가 또는 일본의 경우에는 현지 언어 습득을 당연시 한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는 사정이 다른 것 같다. 조선족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는 중국에 오랫동안 생활한 분들이라면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중국어를 습득하는데 제일 큰 장애물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습성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영어, 일본어 공부하듯 두세 달에 기본 문법서를 끝내고, 이후에도 최소 두 달에 책 한권은 진도가 나가야 직성이 풀린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의 학습방법이다. 중국어 학습을 망치는 길이다. 중국어는 사성이라는 독특한 발음체계가 있다. 정확한 발음이 되지 않으면 엉터리 중국어가 될 뿐 아니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마저 있다.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것은 들리는데 내가 이야기 하는 것은 상대가 이해 못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진다.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어린 한국학생들에게 발음연습만 몇 달씩 매달리게 하는 중국 선생님들의
한국기업들의 중국진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주재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중국에 유학하는 학생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사드사태 및 한류열기가 냉각되어 예전만은 못하지만 아직도 상당규모의 주재원과 유학생들이 체류하고 있다. 그러나 극히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로 말미암아 전체 한국인이 폄하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북경은 왕징과 우다코를 중심으로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욍징은 주재원 및 자영업자 중심의 거주지역이고, 우다코는 유학생이 주로 머무는 지역이다. 우다코에서는 한국 유학생들 간의 시비가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버릇이 안 좋은 학생이 다른 학우들의 지갑을 슬쩍하는 사고도 있다. 중국은 한국에 비하여 절도사건의 처벌이 매우 엄하다. 만 위엔(한국화폐 기준 165만 원 정도)이상의 경우에는 변호사를 동원해도 해결이 쉽지 않아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왕징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중견기업 주재원의 만취운전으로 본인은 현장사망하고, 동승자는 식물인간이 된 끔찍한 사고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한인타운의 사건 사고 해결을 위해 주중국대사관 영사부 소속 영사가 고군분투했다. 경찰대출신의 엘리트로 중국어가 능통해 중국공안과의
중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여러 가지 중에 조직관리의 어려움이 있다. 일본 내 한국기업은 한국주재원, 일본 현지인, 재일동포로 구성되어 있지만, 별반 문제가 없다. 그러나 중국 내 한국기업은 한국주재원, 한족, 조선족이라는 구성에 의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의사소통이 수월하다는 이유로 조선족 직원들과 가까운 분위기가 되면, 한족직원들과 껄끄러운 장면이 나타난다. 한국주재원, 조선족 다음에 한족이라는 차별이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조선족 문제는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 앞서 진출한 다른 한국기업의 사례를 참고하여, 현지화에 충실하고자 주요업무에 한족을 배치하고 대고객 한국어 서비스가 필요한 부문에만 조선족을 채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선족은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불만들이 쏟아졌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로 한족이 전체인구의 약 91.5%, 한족을 제외한 55개 소수민족이 약 8.5%를 차지한다. 그중 조선족은 약 200만 명으로 소수민족 중 13번째 규모이다. 한국기업에게 조선족은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우리보다 20년
우리나라의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과 비슷한 것으로 한번 해놓고 전부를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소위 ‘만만디’이다. 중국인의 ‘만만디’에는 실리주의와 그 실리를 담보하기위한 신중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중국에 제조업체를 설립한 후, 금융 분야에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금융회사 진출을 준비했다. 감독 규정에 따라 50%이상 외국기업 지분보유가 불가하므로, 중국 파트너를 찾아야 했다. 제조업체 합자 파트너가 이미 존재하고, 협상 경험도 풍부하므로 진행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합자회사 설립을 위한 양측 협상에만 수년이 소요되리라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회사 설립이 곧바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가족까지 중국으로 데리고 온 협상담당 주재원들은 숯검정처럼 속이 타들어 갔다. 느릿느릿한 협상진도에 본사로 부터의 질책은 커져만 가고,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중국 측은 무리한 요구를 더 해 갔다. 양측의 권한과 책임을 놓고 지리한 협상이 끝나면 내부결재를 이유로 몇 달을 허송하고, 그 뒤에는 윗분 지시를 이유로 다시 협상하자는 식이다